[스페셜2]
주성치를 만나는 당신의 주문, 뽀로뽀로미! [1]
2010-06-17
글 : 주성철
15년 만에 재개봉하는 <서유기1: 월광보합>과 <서유기2: 선리기연>

주성치의 열혈 팬들이 <서유쌍기>라 한데 묶어 부르는 <서유기1: 월광보합>과 <서유기2: 선리기연>은 1995년에 만들어졌다. <도성>으로 주성치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유진위 감독의 야심이 집대성된 작품이기도 하면서, 변함없는 주성치식 코미디가 빛을 발하는 결정판이기도 하다. 주성치의 영화들을 크게 <도성> <정고전가> <도학위룡> <007 북경특급> <희극지왕> 등의 현대물과 <심사관> <녹정기> <무장원 소걸아> <당백호 점추향> <구품지마관> 등의 사극으로 나눌 수 있다면 <서유쌍기>는 바로 그의 사극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희극지왕>과 더불어 가장 가슴 뭉클한 멜로드라마다. 지난 6월1일 멀티플렉스 씨너스 이수에서 15년 만에 재개봉해 상영 중이며, 지난 5일에는 오랜 주성치의 팬으로 <주성치와 함께라면>이라는 곡을 작곡한 바 있는 포크록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이어 주성치의 ‘탄신일’인 6월22일에는 그의 팬으로 알려진 인기 밴드 ‘크라잉넛’이 참여해 ‘씨네토크’도 열린다. 편집자

주성치는 현대물로 시작했다. <벽력선봉>(1988)에서 주인공 형사 이수현의 정보원으로 일하며 그에게 갖은 구박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이후 <도성>(1990)으로 홍콩 박스오피스를 뒤흔들기까지, 귀엽고 앳된 외모에 능청스러운 그의 표정은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고 성규안을 무척이나 괴롭히던 <정고전가>(1991), 대머리 맥가와 함께 출연한 <신격대도>(1991), 파트너 종진도와 침 뱉기 대결을 벌이던 <신정무문>(1992)은 물론 교복을 입고 학교로 잠입한 <도학위룡>(1992) 등은 주성치의 엽기 행각이 가장 빛을 발하던 시기의 영화다. 특히 <신격대도>에서 영화 속 글래머 애플(엽자미)의 오바이트를 키스하듯 다 받아먹거나 아침에 일어나 계단에서 굴러내려오며 이 닦기와 옷 갈아입기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도학위룡>에서 콘돔으로 풍선을 불거나 혀로 휴대전화를 누르는 장면 등은 언제 봐도 흐뭇한 장면들이다. 이처럼 주성치는 일상성과는 거리가 멀고 황당하고 어이없는 디테일, 그리고 억지스러운 상황을 더 억지스러운 전개로 돌파하는 난센스 코미디, 이른바 모레이타우(無厘頭)라고 불렀던 주성치식 코미디로 1997년 홍콩 반환 전후 홍콩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무려 1990년에 11편, 1991년에 9편, 1992년에 8편의 주성치 주연 영화가 개봉했다.

허관문의 적자에서 독보적인 주성치로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당대 최고의 코미디 제왕이 된 주성치를 설명하며 허관문이라는 선배의 존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스터 부> 시리즈로 유명한 허관문, 허관영, 허관걸 ‘허씨 삼형제’는 홍콩 코미디영화의 원조나 다름없다. 특히 주성치처럼 감독을 겸하며 소시지를 쌍절곤처럼 돌리던 <반근팔량>(1976)의 허관문은 황당무계 혹은 서민적 광둥어 코미디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주성치의 직속선배나 다름없다. 주성치가 이소룡과 더불어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는 영화인이 바로 허관문이다. 그러다 주성치는 1992년 <심사관> <녹정기> <무장원 소걸아>를 통해 사극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일상적인 구어체 말장난, 기존 영화들의 현대식 패러디가 주무기였고 그를 통해 허관문의 적자처럼 여겨지던 주성치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심사관>이 시공간만 바뀐 주성치 영화라면, 같은 해 <신룡교>라는 속편까지 내놓은 <녹정기>에서는 홍콩 스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김용 소설의 주인공이 됐다. 김용이 창조한 캐릭터 중 가장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그러니까 엉큼하고 약삭빠르고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위소보의 모습은 주성치와 너무 잘 어울렸다. 아니, 주성치를 통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 캐릭터로 완성됐다. <무장원 소걸아>는 <서유쌍기>를 비롯해 최근 주성치 영화들이 보여주는 페이소스의 원조 같은 작품이다.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오맹달과 주성치 부자(父子)는 개밥까지 함께 나눠먹으며 정을 과시한다. 늘 코믹한 감초로만 호흡을 맞추던 오맹달이 처음으로 세심하고 인간적인 모습의 아버지로 등장했고 주성치 역시 달라진 눈빛을 보여줬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눈물 흘리는 <서유쌍기>의 인간다운 지존보(주성치)의 모습은 그렇게 천천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편집 : 신두영 디자인 : 원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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