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실베스터 스탤론] 우리의 람보가 얻어맞고 다닐 줄이야
2010-08-03
글 : 김성훈
<익스펜더블>의 감독 겸 주연 실베스터 스탤론 인터뷰

“굿 잡!”기자회견 마지막까지 녹음기를 들이대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가 전혀 귀찮지 않다는 듯 실베스터 스탤론은 기분 좋게 한마디 던지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그만큼 기분이 좋아보였고, 행동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만큼 그는 신작 <익스펜더블>을 만족스러워했다. 전 세계 20여개의 언론 매체를 상대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메이킹 영상을 보니 정말 힘들게 촬영한 것 같더라. 몸이 따라주던가.
=전혀 안 따라줬다. (웃음)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와 유연성이 떨어진다. 뭘 해도 아프더라. 현장에서 안 아픈 배우들이 없었다. 돌프 룬드그렌은 엉덩이가 아팠고 나는 어깨가 결리고. 결국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운동은 얼마나 하나.
=예전에는 일주일에 6일, 하루에 두 번씩 트레이닝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할 뿐이다. 그것도 관절에 무리가 덜 가는 스트레칭을 주로 한다.

-액션 배우로서 젊었을 때와 나이들었을 때의 차이점은 뭔가.
=나이먹으니까 더이상 영화의 중심이 될 수 없더라. 젊은 배우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지. 극중 “실컷 얻어맞았어”라는 대사를 하는데 예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대사다. 계속 이기기만 하는 싸움은 이제 할 수 없다. 하하하.

-감독으로서 이번 영화 연출은 어땠나.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록키 발보아>(2006)였다. 60살 먹은 권투 선수 이야기를 한다니까 사람들이 어이없어하고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편한 것도 있었다. 록키만 따라가면 감정 잡기가 수월하다. 그런데 <익스펜더블>은 다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신경써야 했다. 배우들마다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보니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람보>만큼 많은 액션을 넣으려고 한 것도 배우들을 모두 배려하기 위해서다.

-스타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어떻게 설득했나.
=하하하. 글쎄…. (옆에서 에릭 로버츠가) 딱 세마디 했다. 해야 돼! (No! Do it!)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너거를 캐스팅하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
=전성기 때 우리 둘을 함께 캐스팅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이가 안 좋았을 때라 당연히 성사되지 않았다. 아직도 1976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 때가 생각난다. 아놀드는 신인상을 수상했고 나는 최우수영화상을 받아 테이블에 놓여있는 꽃을 막 집어던지면서 좋아했다. 순간 아놀드가 ‘다음에는 박살내주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라. 이후 둘 다 커리어가 작아지면서 갑자기 친해졌지. ‘너도 나 좋아? 나도 너 좋아’하면서 말이다.

-가자 장군의 군대 병사 역에 실제 MMA(종합격투기) 선수들을 캐스팅했다.
=브라질에서 선수들을 보자마자 감탄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스턴트 액션을 맡기면 되겠다 싶었다. UFC 미들급 챔피언 출신인 앤더슨 실바 선수의 도움도 받았다. 모든 선수들을 캐스팅하지 못해 아쉽다.

-<익스펜더블>이 당신 세대의 액션영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하나.
=한동안 만들어지지 않았던 종류의 영화지.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남자 몇명이 미션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사연들을 드러내는 이야기인데, 현실에 있을 법하잖아. 타이츠를 입고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나이다. 영화 말고 다른 거 해볼 생각은 없나.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는데 무릎에는 불이 나고 있다. 관절염 말이다. 마음만 청춘인 셈이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 누군가는 액션보다 드라마 연기가 더 어렵다고 말하는데, 내겐 액션이 훨씬 더 어렵다. 할 수 있는 한 액션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 다시 람보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극중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너도 미국 시민이니까 대통령이 될 수 있어”라는 대사를 당신에게 한다. 그처럼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나라 망하는 거 정말 보고 싶나? 영화를 봐라. 폭탄이 그렇게 터지는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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