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사소한 일로 쩨쩨하게 굴고, 질투하고…
2010-08-31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최강희, 이선균 주연의 <쩨쩨한 로맨스> 촬영현장
“지금 당장 아무 남자한테나 전화해서 물어봐. 이게 말이 되나 안되나.” “전화하고 자시고 할 필요 없어요. 다 내 경험담이니까!” 이선균과 최강희가 정말로 쩨쩨하게 한판 싸움을 벌일 기세다.

“아기 코끼리 체위? 대체 아기 코끼리 체위가 어떤 체위야? 좀 보여줘 봐!” 다림(최강희)은 식식거리며 정배(이선균)에게 다가간다. 정배에게 등을 보인 채 그의 무릎에 털썩 주저앉은 다림은 팔을 올려 뻗어 정배의 목을 감는다. 놀란 정배는 다급히 다림을 밀어낸다. 다림이 쏘아붙인다. “보여달라며, 보여달라며.” 만화가 정배와 초짜 스토리 작가 다림은 쩨쩨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녀다. 두 사람이 함께 성인만화를 그려나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쩨쩨한 로맨스>에 코믹하게 담길 예정이다. 8월23일, 경기도 안성의 DMA종합촬영소에서 <쩨쩨한 로맨스> 16회차 촬영이 진행됐다.

최강희와 이선균이 아기 코끼리 체위를 선보이는 장면은 이날 촬영분의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다. 스탭들은 물론 감독까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 좀 먹었다. “3시간? 아니 한번에 3시간이 말이 돼? 이게 무슨 마블 코믹스야?” 같은 대사가 연이어 나올 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웃음을 참아야 했다. 여배우의 귀여운 슬랩스틱코미디와 “더럽지 않게 야한” 19금 대사들은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다림의 친구이자 정배를 유혹하는 경선 역의 류현경도 웃음 폭탄 투척에 한몫했다. 이날 촬영분은 인터뷰를 핑계로 경선이 정배를 유혹하는 장면이었다. “우린, 라이브한 인터뷰를 지향하거든요.” 경선은 술과 안주를 마련하곤 사진을 찍으며 은근슬쩍 정배의 몸을 만진다. 미니스커트에 킬힐을 신은 류현경이 섹시하게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하는 데서 난관에 부딪혔다. 김정훈 감독과 류현경은 포즈 연구에 열심이었다. 그때, 최강희가 시범을 보인다. 오른발, 왼발을 절도있게 양옆으로 쫙 벌린 다음 엉덩이를 쭉 빼고 사진 찍는 포즈다. 거기에 모두가 쓰러졌다. 다시 한번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슛 들어가기 전 최강희는 류현경에게 다가가 등을 쓰다듬으며 잘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하면 된다고 후배의 긴장을 풀어줬다. 처음보다 훨씬 재밌고 자연스러운 장면이 만들어졌다.

“우리 영화는 제목 그대로 ‘쩨쩨한 로맨스’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지 않나. 사소한 일로 쩨쩨하게 굴고, 질투하고….” 김정훈 감독은 제목이 영화를 전부 설명한다고 했다. 죽이 잘 맞는 배우들 덕에 신인 김정훈 감독은 큰 짐을 하나 덜었다. <쩨쩨한 로맨스>는 9월 말 촬영을 마치고 11월 개봉을 목표로 한다.

김정훈 감독 양옆으로 류현경(왼쪽)과 석정현(오른쪽) 만화가가 앉아 있다. 석정현 작가는 <쩨쩨한 로맨스>에 나오는 정배의 만화를 실제로 그린 주인공.
“최대한 예쁘게, 섹시하게”라는 감독의 주문에 맞춰 류현경이 독특한 포즈로 이선균의 사진을 찍고 있다. 이건 최강희가 만들어낸 양발 벌리고 엉덩이 쭉 내민 최종 버전이 완성되기 전의 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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