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이후 2년 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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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달콤한 나의 도시> 땐 우리가 너무 눌려 있는 상태로 연기했다. 그때 뭔가 못 푼 느낌이 있었다.
이선균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최강희씨가 출연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우리가 맞선봐서 만나서 그런지 어색한 관계가 계속 이어졌었다. 이번엔 더 친해지고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다.
-시나리오는 재밌게 읽었나.
최강희 너무 재밌게 봤다. <달콤, 살벌한 연인>도 그랬는데 영화가 재기발랄하다, 발칙하다는 느낌이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이선균난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다.
최강희우린 코드가 안 맞아. (웃음)
이선균 일단, 다림(최강희) 캐릭터가 너무 귀엽더라. 처음엔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잘 만들어지면 좋지만 뭔가 놓치고 가면 그저 그런 영화가 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우리 영화는 달콤하게 보이려고 포장하지 않는다. 티격태격 쩨쩨하게 싸우는 게 재밌다. 인물의 상상장면과 애니메이션이 합쳐져 영화가 풍성해질 것 같다.
-시나리오 읽고서 캐릭터의 외향은 어떻게 상상했나.
이선균정배는 처음에 댄디하고 멋진 인물이었다. 부담되더라. 내가 잘난 외모도 아니고. 그런 부분은 빼달라고 감독님한테 부탁했다. 정배가 만화가다 보니 그림 그리는 사람의 냄새가 나도록 캐릭터의 외향을 바꿔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댄디하고 모던한 게 아니라 낡은 것 같지만 빈티지한 멋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강희딱 떠오른 건 없었다. 감독님한테 ‘다림인 어떻게 생겼어요?’ 물었다. (매니저가 노트를 가져다줬고, 최강희는 노트 첫장을 펼쳐 눈, 코, 입이 없는 얼굴 스케치 그림을 보여줬다) 감독님이 이렇게 생겼다고 하더라. 꽁지머리. 난 그것만 봐도 느낌이 오더라. 감독님은 그게 하룻강아지라고 했다. 다림이는 하룻강아지, 똥강아지라고 생각했다. 무서운 거 없이 덤비고, 지저분하게 돌아다니고, 으르렁대고 물리고 깽깽대고.
-두 배우 모두 일상의 모습을 연기에 잘 담아 보여준다. 이번에도 그런 연기를 기대해도 될까.
이선균<쩨쩨한 로맨스> 대본 보면 약간의 과장과 만화적인 것이 있다. 처음엔 어떻게 톤을 잡아야 할지 헷갈렸다. 만화적인 것과 일상적인 걸 잘 버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강희대본 받았을 때 나한테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 대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기대한 대로 연기하면 재미없을 테니까, 그런 걸 최대한 만화적으로 풀고 싶었다. <달콤, 살벌한 연인> 때 사람을 죽여도 미워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감독님이 날 캐스팅했다고 들었다. 내게 그런 장점이 있다면 이번에도 비호감이 안되도록 만화적으로 잘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쩨쩨한 로맨스> 현장은 스스로를 긴장시키나, 편하게 마음을 풀어주나.
이선균되게 편하다. 세트장 온 뒤부터 스탭들하고 더 편해졌다. 같이 먹고 자니까.
최강희난 이 작품으로 술을 알았다. 전에는 술 먹으면 기절해서 매니저가 병원도 여러 번 데려갔다. 술이 안 받는 체질인 줄 알았는데 먹다보니 늘고, 애초에 세게 배웠다. 난 술을 이선균한테 배웠다. (웃음) 우리 현장은 배우를 편히 놀 수 있게끔 한다. 여기서 못 놀면 큰일난다는 부담감과 촬영장에 좋은 사람 만나러 간다는 설렘이 섞여 있다. 내 할당량을 제대로 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집에 갈 때 표정이 팔색조처럼 막 변한다.
이선균술을 참 좋아하는데 다음주에 모텔신 찍어야 해서 요즘 음식 조절하고 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술을 먹어야 할 거 같다. 안 먹으니까 기분이 너무 다운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