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타일에 사로잡힌 남자. 평론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 중인 이브 몽마외르 감독의 신작, <조니 토 총을 잡다>는 조니 토 감독의 영화세계에 바치는 연애편지다. 보통의 편지가 펜으로 쓰여지는데 반해 이브 감독은 카메라를 들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글로 영화를 말하는 평론에 대한 형식적 한계를 느껴”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본 영화에 대해 “글이 아니라 이미지로 말하고 싶었다”고. “‘카메라는 나의 펜이다.’ 라는 말이 내 DNA 안에 담겨 있다.”
그는 난생 처음 홍콩을 찾았던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사람들이 정말로 조니 토 영화에서처럼 거니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풍경을 영화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혹시 극영화를 만들 생각은 안 했을까? 그는 “다큐멘터리도 엄연한 영화”이며, “극영화는 경제적 상황과 밀접했기에 자연스레 다큐멘터리를 선호”하게 되었단다. 주어진 상황과 찾아오는 기회에 맞춰 물 흐르듯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기에 장르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던 것.
아시아, 특히 홍콩영화에 사로잡혔던 이유도 분명하다. 그로 하여금 “유럽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체적 쾌감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70년대의 뉴욕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 또한, “신체적인 액션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메시지가 미장센과 결합된 한국영화의 성과”에 감명을 받아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도일의 화양연화>와 함께 2007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대받기도 했다.
새로운 시도와 열정, 그리고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는 그의 최근 관심사는 다시 유럽으로 향해 있다. 그는 작년에 스페인의 젊은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했고, 현재 “많은 예산을 들여 작업 중”인 미카엘 하네케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완성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그의 카메라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