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이돌스타의 치기어린 외도라고 생각했다. 그룹 2AM의 멤버 임슬옹이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이민호의 골칫덩어리 후배 역으로 연기에 첫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한번하고 관두겠지 싶었다. 우리는 연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아이돌스타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폐쇄를 앞둔 간이역에서 근무하는 역무원을 맡아 극의 한 축을 형성하더니(드라마 <도시락>), 이번에는 옴니버스 음악영화 <어쿠스틱>에서 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지후’ 역을 맡아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세 편의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가 ‘주목할 만하다’거나 ‘발전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그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노래하다가 잠깐 쉬는 기간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는 “원래 연기도 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역 출신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가수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후 지금까지 연기 레슨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말한다.
첫 주연이기는 하지만 30분 정도의 짧은 길이임을 감안하면 <어쿠스틱>의 ‘지후’는 성급하거나 무리한 선택은 아니다.“한마디로 평범한 대학생”이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든 지후에 대한 임슬옹의 첫 인상이었다. “수줍음이 많은 지후로부터 스스로를 마주”하기도 했다. 음악이 사라진 근 미래라는 다소 SF적인 냄새가 나는 배경은 감정을 잡는 데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후의 공에 맞아 '기계 팔이 고장난' 진희(백진희)를 돌볼 때도, 그녀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아이폰을 팔러 가다가 봉변을 당할 뻔 했을 때도, 아픈 그녀를 업어줄 때도 지후는 미안해하고, 어쩔 줄 모르고, 쑥스러워한다. 보편적인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임슬옹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그 정도를 찾아내서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한다.
연기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그가 노래 말고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연기와 노래를 구분하기보다 둘 다 조금씩 잘하고 싶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내게 연기와 노래는 모두 소중하다. 서두르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