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0대들의 문제를 기독교적 가치로 풀어내는 영화 <세이브 어 라이프>
2010-11-10
글 : 이주현

<세이브 어 라이프>는 로저의 죽음과 그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제이크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로저와 제이크는 어릴 적 둘도 없는 친구였다. 로저는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제이크를 몸을 던져 구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다리를 절뚝이는 로저에게서 친구들은 하나둘씩 멀어져 갔다. 둘도 없는 친구라 생각했던 제이크마저. 결국 로저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보는 가운데 총구를 자신의 머리를 향해 거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제이크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면서도 보장된 안락한 미래에, 당장의 현실에 집중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크리스 목사(조슈아 웨이겔)를 만나면서 친구의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여자친구 에이미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학교의 왕따 조니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면서 서서히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사랑을 믿기 시작한다.

<세이브 어 라이프>는 청소년의 자살, 집단 따돌림, 부모님의 이혼, 십대 임신 등의 문제를 기독교적 가치로 풀어내는 영화다. 기독교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긴 하지만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하진 않는다. 꼭 하나님이 아니더라도 친구와 애인과 가족과 함께할 때 불행은 줄어든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막연한 낙관, 정해진 길을 정해진 대로 걷는 쉬운 결론은 이 영화의 큰 약점이다. 조니와 앤드리아의 데이트 장면 등 귀엽고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장면들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지만, ‘이제부터 난 네 편이야’라며 주인공이 덥석 손을 내미는 장면 등에서 비기독교인은 선뜻 그 손을 마주잡기 민망해진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추상적으로 풀어내는 종교영화의 한계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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