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지금의 시간을 더욱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2010-11-10
글 : 강병진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TV시리즈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극장판이다. 시리즈의 주요 인물은 스즈미야 하루히와 쿈을 비롯한 SOS단 친구들이다. SOS단은 하루히가 특별한 인류를 찾기 위해 만든 클럽으로 이곳에는 이미 하루히가 찾는 우주인이나 미래인, 초능력자, 사이보그가 있지만 정작 하루히는 모르고 있다. 하루히가 자신도 모르는 능력으로 시공을 초월한 사고를 치면 SOS단이 하루히 몰래 사고를 수습하는 소동이 이 시리즈의 주된 패턴이다. 극장판은 2006년부터 이어온 시리즈의 세계를 전면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학교를 찾은 쿈은 세상이 뒤집어졌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이곳에서는 SOS단 클럽도, 뒷자리에 앉은 스즈미야 하루히도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다. 쿈은 아무런 사고도 없는 새로운 세계에 남아야 할지, 시공의 흐름을 재수정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극장판답게 ‘리부팅’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지금껏 쌓아놓은 세계를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하면서 시리즈를 따라오지 않은 관객까지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다. 세상을 되돌려놓으려는 쿈의 수난은 곧 그들이 시리즈의 팬과 함께해온 추억을 더듬는 과정이다. 중학생 시절의 하루히가 외계인을 향해 써놓은 낙서, 3년 전 7월7일 그날 밤의 일 등 팬들이 기억하고 있을 사건들이 쿈의 시점에서 재연된다. 극장판으로 처음 접하는 관객도 타임워프와 평행우주 논리는 상당한 긴장감을 경험케 만든다. 극장판은 지금의 시간을 더욱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란 질문을 던지고, ‘친구를 위한 배려’를 답으로 제시한다. 팬들을 다시 TV로 이끄는 극장판다운 마무리이자 SF의 세계 안에 학원물의 정서를 담아온 원작의 특징이 드러나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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