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트론: 새로운 시작>이 보여주는 최고의 기술적 진화는 제프 브리지스일 거다. 제프 브리지스는 이 영화에서 30대 시절 자신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 악역 ‘클루’를 동시에 연기한다. 제작진은 제프 브리지스를 디지털로 회춘시키기 위해 두가지 묘수를 사용했다. 첫 번째 묘수는 퍼포먼스 캡처다. 특수효과팀은 디지털로 스캔한 브리지스의 얼굴에서 주름을 없애고 처진 얼굴을 팽팽하게 만들었고, 브리지스가 작은 카메라 넉대가 달린 헬멧을 쓰고 연기한 표정들을 퍼포먼스 캡처해 디지털로 작업한 젊은 브리지스의 얼굴과 합성했다. 제작진은 젊은 브리지스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트론>이 아니라 84년에 개봉한 영화 <어게인스트>를 참조했다고 말한다. “<트론: 새로운 시작>은 <트론>에서 적어도 2~3년은 지난 뒤에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러니 <트론>보다는 조금 더 나이 든 얼굴이어야 했다.” 배우의 얼굴을 디지털로 젊게 만드는 기술은 패트릭 스튜어트와 이안 매켈런의 젊은 시절 시퀀스가 등장하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잠시 활용된 바 있다. 두 번째 묘수는 얼굴과 몸의 합성이다. 영화 속 클루의 몸은 사실 제프 브리지스가 아니라 젊은 대역 배우의 것이다. 60대의 몸을 가진 제프 브리지스가 연기를 하면 대역 배우가 그의 몸동작을 그대로 흉내내어 다시 촬영하고, 특수효과팀은 대역배우의 연기에 디지털로 작업한 젊은 브리지스의 얼굴을 합성했다. 이처럼 배우의 얼굴과 대역의 몸을 합성하는 특수효과는 주로 촬영 중 배우가 사망했을 때의 자구책으로 종종 쓰인 바 있고(<글래디에이터>의 올리버 리드), 올해 데이비드 핀처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쌍둥이 윙클보스 형제를 창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트론: 새로운 시작>은 배우의 얼굴을 디지털로 회춘한 뒤 다른 배우의 몸과 합성하는 복잡한 작업을 동시에 해낸 최초의 영화이며, 더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기술이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제프 브리지스는 “이제부터 배우들은 어떤 나이의 자신도 연기할 수 있을 거다. 이건 정말 멋진 소식 아닌가?”라고 말한다. <트론: 새로운 시작>은 <아바타>에 이어 ‘배우’라는 직업의 개념과 영토를 확장시키는 또 다른 디지털 혁명의 예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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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한 제프 브리지스의 얼굴을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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