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저스티스(Justice)가 이 바닥을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21세기 전자음악의 새로운 물결을 이끈 것은 프랑스 출신의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였다. 디스코/하우스의 근본주의적 쾌락에 1980년대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신선하게 접목시킨 세장의 정규작(≪Homework≫ ≪Discovery≫≪Human After All≫)은 제법 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무대 전면에 잘 나서지 않는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에게 이미지와 영상 작업은 중요하다. 다프트 펑크는 로봇 모양의 헬멧을 뒤집어쓴 채 뮤직비디오보다 더 큰 규모의 영상물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 결실이 <은하철도 999>의 마쓰모토 레이지와 함께 작업한 ‘일렉트로닉 스페이스 오페라’ <Interstella 5555>와 본인들이 직접 감독으로 나선 <Daft Punk’s Electroma>다. 자, 이제 키워드를 뽑아보자. 전자음악. 1980년대. 아날로그. 로봇. 영화. 이 정도면 이들이 5년 만의 신작을 <트론: 새로운 시작>의 영화음악으로 정하고 단역(클럽 DJ)으로 출연까지 했다는 사실이 당연한 귀결처럼 보이지 않는가? 더군다나 오리지널 <트론>의 음악을 맡았던 이가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 음악으로 유명한 신시사이저의 대가 웬디 카를로스라면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첫 싱글로 공개된 짧고 강렬한 <Derezzed>가 ‘왕의 귀환’에 대한 팡파르처럼 들린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다프트 펑크는 이것이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프랜차이즈영화라는 걸 염두에 둔 듯 분명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못 만들거나 대충 만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문제다. 영화에서 이 음악들은 ‘할리우드 스타일’에 딱 맞는 방식으로 너무 잘 녹아들어서 사전 정보 없이 들을 경우 한스 짐머의 스코어에 다프트 펑크의 신곡을 슬그머니 끼운 듯 들린다(클럽장면에서의 음악과 엔딩 타이틀 정도가 이들의 손맛이 살아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정규작 모양새를 내는 대신 1980년대 히트곡들을 컴파일한 뒤 신곡 몇개를 섞는 식으로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영화 초반, 오래된 오락실에 쩌렁쩌렁 울리던 저니(Journey)의 <Separate Ways>가 이 영화에 사용된 음악 중 가장 인상 적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 선택도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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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새로운 시작>의 O.S.T. 제작한 다프트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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