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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2011-01-17
음향, 동시녹음 기사 김남용씨
처음으로 사운드 작업을 완성한 장편영화 <바다>.

몇해 전 여수의 한 작은 섬에 소리를 녹음하러 간 적이 있다. 시내와도 먼 곳이었기에 도시의 소음들은 전혀 들을 수 없었고, 밤이 되고 바람이 잦아들자 파도소리조차 사라졌다. 신기하게도 그 고요한 정적의 경험은 여태껏 내가 들었던 어떤 소리들보다도 더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소리는 공기처럼 늘 존재했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있었을 테니 나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되었다. 마찬가지로 유성영화가 시작된 이래로 영화에 소리를 녹음하고 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도 늘 있어왔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에 소리가 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쉽게 그런 일을 따로 한다는 것을 생각하기는 어려운가보다. 영화라는 세계에서 당연히 존재해야 마땅한 것들에 시간과 노력을 보태야 하는 사운드 분야는 어떻게 보면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작업을 하기 위해 녹음실에서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외롭기도 했고, 영화에서 사운드 분야가 서자 취급 받는 것 같아 애석하게도 생각했었지만, 요즘은 남들이 돌보지 못하는 것들을 돌봐야 하는 이 일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간에 쫓겨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쉬울 때도 많지만 인식이 바뀌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하듯이, 소리가 그리고 영화가 존재하는 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드러나지 않은 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보이지 않는 것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글·사진 김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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