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늑대인간 영화를 백조인간 영화로
2011-02-24
정리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말하는 <블랙 스완> 제작 뒷이야기

-어떤 동기로 시작됐나.
=오리지널 <백조의 호수>는 고딕풍의 이야기다. 백조로 변하는 여인에 관한. 일찍부터 나는 이게 늑대인간 종류의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늑대인간 영화를 백조인간 영화로 재발명하는 아이디어에 늘 끌렸다. 또한 발레라는 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세계를 탐구하고 그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에도 깊은 흥미를 느껴왔다. 내 여동생도 어린 시절엔 무용수였다.

-언제 시나리오를 접했나.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을 영화화하는 작업에 매달려 있던 중이었다. 발레극 <백조의 호수>를 보러 갔다. 그전까지는 발레를 보러 간 적이 없다. 그런데 백조와 흑조를 같은 무용수가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러자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유레카’의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이거야말로 발레 세계의 ‘분신’이었던 거다. 그래 이런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에 내게 이 영화의 초고가 들어왔다. <레퀴엠>의 편집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오프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한 <이브의 모든 것>(조셉 L. 맨케비츠가 연출하고 베티 데이비스가 출연한 1950년 영화. 무명의 여배우가 기존의 유명 여배우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작자가 없었다. 나와 무관하게 수년간 돌다가 5년 전에 다시 내 수중에 들어왔다. 비록 발레 세계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힘이 좋았다. 그걸 발레 세계로 바꾸어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내털리 포트먼은 언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나.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내털리를 8년 전 타임스 스퀘어에서 만났다. 그녀가 대학 신입생 때였다. 나는 언제나 그녀의 팬이었고 그 믿을 수 없는 몸가짐 그러니까 그 목과 머리를 보고 그녀가 사랑스러운 발레리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나고 보니 그녀가 정말로 발레와 함께 살았다는 게 밝혀졌다. 그녀는 네살부터 열세살까지 발레를 배웠고 많은 발레를 봐왔고 많은 무용수를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발레 훈련은 어땠나.
=꽤 혹독했다. 그녀는 대략 1년 동안 하루에 다섯 시간씩 발레와 수영을 했다. 그 결과 아주 멋진 몸매를 갖추게 됐고 그녀가 어린 소녀 시절 이후 가져왔던 꿈을 살려냈고 그녀에게는 꽤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감독의 이 말에 내털리 포트먼은 훈련이 혹독했다는 데는 동의해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녀는 2010년 11월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하여, 몸무게 20파운드를 감량한 뒤 맹연습을 하다가 늑골이 탈골되었는데도 감독인 애로노프스키가 자신에게 계속 연기할 것을 종용했던 것에 관하여 비판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배타적인 것으로 악명 높은 발레 세계를 어떻게 영화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건가.
=무용수 중에는 <레슬러>의 팬이 충분히 있었다. 게다가 영화에서 왕자 역으로 출연하는 벤자민 밀피예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내털리 포트먼의 현재 애인이자 존경받는 안무가이며 뉴욕 시티 발레의 수석 무용수다. 그가 우리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그러자 천천히 그리고 확연하게 모든 것이 열리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무용수들과 함께 일하는 건 매우 어렵고 스케줄을 잡는 건 악몽이었지만 말이다.

-영향받은 영화는.
=어떤 구체적인 오마주도 없지만 분명히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있다. 로만 폴란스키의 <혐오> <테넌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카메라 스타일에 관해서는 다르덴 형제, 그리고 물론 <분홍신>.

* 이 인터뷰는 <사이트 앤드 사운드> <인디 와이어>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에서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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