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만인의 연인에서 정신병 환자까지
2011-04-06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대표작 5

<젊은이의 양지> A Place in the Sun 1951
물론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이 <젊은이의 양지>는 아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이 작품으로 드디어 만인의 연인, 세기의 미인으로 떠오른다. 야망과 비애로 가득 찬 한 남자가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티없이 맑은 여인, 그게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역할이다. 영화사상 가장 그윽한 눈매를 지닌 남자 배우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시선을 앳되고 환한 미소로 찰랑거리듯 응시하는 그녀의 연기가 더없이 인상 깊다.



<자이언트> Giant 1956
<자이언트>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록 허드슨과 제임스 딘의 연인이었다. 말하자면 신사와 반항아 혹은 듬직하고 다정한 남자와 신비하고 거친 남자가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한국 관객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황야를 일구는 두 남자의 사랑과 야망의 서사시라고 잘 알려져 있지만 결국 그 두 남자가 끝내 염원했던 것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기한 바로 그 여인이었다는 것을 그 누가 모를 것인가.



<지난 여름 갑자기> Suddenly, Last Summer 1959
테네시 윌리엄스의 원작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한 두 작품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와 <지난 여름 갑자기>. 둘 중 어떤 작품을 그녀의 대표작으로 고를지는 취향의 문제도 작용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생기 넘치는 말괄량이로 자기 자리를 잡은 이 배우가 이제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는 텅 빈 눈동자의 정신병 환자까지도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속 캐서린 헵번이 내지르는 연기를 한다면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흡수하는 연기로 지지 않고 맞선다.



<클레오파트라> Cleopatra 1963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곧 클레오파트라, 라는 공식이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통용돼왔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적어도 한 차례는 텔레비전에서 이 영화를 방영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시 보아도 영화 속 그녀는 늘 당당하고 기품있으며 고혹적이었다. 비교적 초기 출연작인 <쿼바디스>와 함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대표적인 역사극으로 손꼽히는데, 그녀는 이 작품으로 영화가 탐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여인 클레오파트라를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1966

시종일관 귀를 찢고 머리를 폭파시킬 것처럼 신경질적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실제 부부였던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영화 속 광기의 부부로 재탄생한다. 여기엔 말괄량이도 귀부인도 여왕도 없고 그냥 흉하디 흉한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만 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생애 첫 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1961년 <버터필드8>이지만 그녀는 마침내 이 작품으로 1967년 생애 두 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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