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씨네21>에 실리는 건가요? 와, 대~박. 입학 전에도 자주 읽었어요. 미안한 이야기지만, 자주 사서 읽은 건 아니에요. 친구들이 사오면 잠깐 보거나 인터넷에서 보곤 했어요. 어쨌든 이제 제가 영화과를 지망한 이유를 말하면 되는 거죠? 사실 이유가 그리 거창하지는 않아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영화를 보는 게 좋았어요. 내가 만든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건 참 멋진 일 같아요. 당연히! 영화감독이 되는 게 꿈이죠. 이왕이면 봉준호 감독님이나 박찬욱 감독님 같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 미국의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이름이 뭐더라? <아바타>를 만든 감독이 누구죠? 아, 제임스 카메론. 그런 감독들도 제 로망이에요. 무엇보다 뛰어난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돼요. 영화감독 하면 이분들이 최고인 건 맞지 않아요? 영화를 봐도 그렇고, TV를 봐도 그렇고, <씨네21> 같은 영화잡지를 봐도 항상 이런 감독들의 이야기가 많던데요?
TV·블로그 보고 클릭 또는 동네 멀티플렉스로
영화감독을 제 인생의 목표로 정한 뒤, 영화를 많이 보려고 애썼어요. 물론 수능시험 준비도 해야 했으니까, 진짜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에요. 영화과도 수능 점수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한달에 많게는 10편 가까운 영화를 보기도 했는데, 평균적으로는 5편 정도를 보았어요. <씨네21> 같은 영화잡지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기도 했지만, 사실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TV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뉴스를 더 많이 참고했어요. 아, 자주 찾는 영화 관련 블로그도 많아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사이트에나 넘쳐나잖아요. 재미있다고 소문난 영화들은 저도 다운받아 보죠. 그렇다고 컴퓨터로만 영화를 보는 건 아니에요. 동네 멀티플렉스에도 자주 간답니다. 비율로 보면 반반 정도예요.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딱히 있는 건 아니에요. 어떤 친구는 공포영화만 찾아서 보기도 하는데 저는 멜로, 블록버스터, 액션, 코미디 등등 가리지 않고 다 봐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영화는… 역시 <인셉션>이죠! 2시간30분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봤어요. 꿈이라는 세계를 영상화한 것도 대단했지만, 그 긴장과 스릴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크리스토퍼 놀란, <다크 나이트> 때부터 알아봤다니까요. <메멘토>요? 그것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영화예요? 아, 그런 영화도 있었구나. 나중에 집에 가서 다운받아 봐야겠어요.
할리우드영화와 한국영화 외에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어요. 대충 기억나는 영화는… 아, 케이블TV에서 <러브레터>를 봤어요. 이와이 순지 영화도 재밌어요. 그리고… 생각났다! 조제! 그 영화도 좋아해요. 네, 맞아요. 쓰마부키 사토시 나오는 그 영화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인 거 알아요. 사실 가끔 케이블TV에서 보거나 다운받아서 보는 일본영화 외에 또 다른 나라의 영화는 잘 모르겠어요. 광화문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있는 것도 알긴 알죠. 시네마테크가 있다는 것도 알아요. 친구들이랑 어쩌다 한두번, 가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자주 가기에는 동네에서 멀기도 하고, 그리고 거기서 하는 영화들은 잘 몰라서 찾아보지 않았어요.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접하기도 쉽지 않은 영화들이잖아요.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도 그런 영화들은 거의 소개되지 않지 않아요? 그래도 연극영화과에 들어왔으니까, 이제는 자주 봐야죠. 방학 땐 친구들이랑 영화제도 갈 거예요. 어떤 애들은 고등학생 때도 부산국제영화제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가봤다고 하는데,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못 가봤어요. 학생이다 보니 돈도 없고, 엄마가 허락해주지도 않았고요. 영화제에 가겠다고 하면, 일단 놀러 가는 줄 아니까요.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영화과도 수능 점수로 들어간다고요. 실기로 들어가는 학교도 있긴 하지만 그런 학교는 아주 들어가기 힘들잖아요.
한국 영화계가 어렵다는 건 이미 알아요
사실 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영화과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고3 때였어요. 물론 중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은 했었죠. 그때는 영화감독에 대한 일종의 동경심 같은 거였어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고3이 돼서 영화과에 가려고 하니까,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영화 일을 해서는 먹고사는 게 대단히 힘들다고 하셨어요. 비싼 등록금 들여서 공부해놓고 손가락 빨고 살 거냐는 말도 들었어요. 영화과가 인문사회계열의 학과에 비해 등록금이 조금 더 비싼 건 사실이잖아요. 저도 한국 영화계가 어렵다는 건 알죠. 어떤 시나리오작가는 데뷔도 못하고 죽었잖아요. 어떤 조감독은 자살을 했다고 뉴스에서 봤어요. 막상 영화과에 들어와보니까 제가 과연 성공한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해요.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어떤 애들은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단편영화를 찍어보거나 시나리오를 써봤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저도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지만, 영화과 학생들이 다 영화감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영화감독이 된다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적겠죠. 그런데 영화과를 나왔다고 해서 꼭 그렇게 배고프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제 꿈은 영화감독인데, 그렇다고 꼭 그것만 고집하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프로듀서도 생각하고 있어요. 아니면 방송국의 드라마PD나 CF감독, 혹은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예 영화투자배급사나 마케팅회사로 진로를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또 요즘에는 고등학교에서 영화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월급을 받는 회사에 들어가든지, 영화감독보다는 일이 많은 스탭이 돼서 일단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다음에 틈틈이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감독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에 다니는 동안 토익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요. 제가 아무리 영화를 잘 알고 연출을 잘하게 되더라도, 방송국 같은 대기업은 영어 점수가 잘 나와야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시나리오작가를 꿈꾸는 애들도 먼저 드라마작가가 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그래요. 예술도 좋고, 꿈도 좋지만, 배곯으며 사는 것만큼 나쁜 건 없으니까요.
영화감독이 되면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은 아직 없어요. 막연하기는 하지만, 관객에게 감동을 주면서 작품도 높이 평가받는 멋진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선망하는 봉준호 감독님이나 박찬욱 감독님도 그런 분들이잖아요. 영화감독으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영화들을 만들 수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겠죠. 과연 제가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그때가 되면 다시 저를 인터뷰해주시겠어요? 아직은 신입생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과연 영화는 제게 무엇이 되어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