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70년대 한국의 모든 남자가 그의 영화에
2011-06-09
글 : 주성철
시네마테크 KOFA에서 복원작으로 상영되는 박노식의 연출작 7편

<육군사관학교>

1973년 | 85분 | 박노식, 윤정희, 김진규, 신일용
선후배간의 규율과 신의로 육군사관학교에 적응해가는 신입 생도들의 성장과정을 그린 영화. 신일용을 비롯해 한방을 쓰는 네명의 룸메이트 생도가 등장한다. 육군사관학교의 지원을 받고 정부 시책에 따른 홍보성 짙은 작품이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교칙을 어기고, 베트남전에 자원했다가 돌연 전사하는 등의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곽정환이 제작하고 신봉승이 각본을 썼다.


<집행유예>

1973년 | 90분 | 박노식, 우연정, 황정순, 김진규, 도금봉
촉망받는 권투선수 쇼지(박노식)는 재일동포임이 밝혀진 뒤 챔피언 타이틀도 빼앗기고 여자친구 히데코에게도 버림받는다. 복수를 결심한 그는 히데코를 납치해 숲속으로 끌고 가며 사랑을 갈구하지만 결국 경찰의 포위망 속에 시력을 잃고 체포당하고 만다. 사형을 선고받은 뒤 면회 온 어머니를 붙들고 오열하는 그를 보며 일본 경찰은 “사랑이라는 법률이 있다면 권군에게는 집형유예라는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 말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인용해온 장면들의 성찬, 후반부 10분가량의 화면이 유실된 불완전 버전이지만 필견의 작품.


<하얀 수염>

<하얀 수염>

1974년 | 103분 | 박노식, 윤일봉, 도금봉
평생을 오직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여생을 살아온 허 노인(박노식)은 3남1녀를 모두 분가시키고 6·25 때 전사한 막내아들의 며느리마저 재혼시키고 자식들의 집을 전전하며 산다. 하지만 자식들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집을 떠난 그는 움막에서 외롭게 사는 고아 소년과 함께 살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의 가출을 알게 된 자식들은 그들의 행동을 반성하고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윤일봉과 김희라가 아들로 등장하며 박노식의 회한에 찬 노년 연기가 눈길을 끈다.


<왜?>

1974년 | 100분 | 박노식, 김청자, 장혁
얼굴도 모른 채 오랫동안 아버지와 헤어져 있던 봉선(김청자)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간다. 삼촌인 용팔(박노식), 용칠(장혁)과 함께 일본에 도착하지만 유산을 가로채 김일성의 생일 축하금을 마련하려는 조총련계 폭력조직에 납치된다. 박노식은 1인2역으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용팔이’와 조총련 폭력조직의 보스를 동시에 연기한다. <집행유예>와 함께 감독 박노식의 영화적 자의식과 야심이 극명하게 분출된 작품.


<광녀>

1975년 | 90분 | 박노식, 여수진, 문오장, 박근형
일제강점기 말 은행을 털다가 체포돼 수감된 동식(박노식)의 패거리는 탈옥에 성공한다. 그러나 김광일(박근형)은 죽고 송 노인(장혁)은 부상을 당해 다시 체포된다. 비밀장소에 묻어두었던 거액을 찾아내고 동식은 김광일과 송 노인의 몫을 전달해줄 것을 부탁하고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난다. 세월이 흘러 서울에 돌아온 동식은 나머지 패들이 광일의 부모와 송 노인을 죽이고 돈을 착복한 사실과 송 노인의 딸 순옥이 충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사실을 알아낸다. 분노한 동식은 복수를 시작한다.


<폭력은 없다>

1975년 | 105분 | 박노식, 노진아, 여수진, 트위스트 김
교도소를 출감한 광일(노진아)은 여동생 광숙이 술집 여자로 전락한 것을 알고 그녀를 쫓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박 형사(박노식)에 의해 병원에 입원한 그는 담당간호원 인숙(여수진)을 남몰래 사랑하게 된다. 퇴원하는 날, 광일은 박 형사에게 새 출발을 다짐하고 박 형사의 도움으로 여동생 광숙과도 재회하게 된다. 광일은 마치 젊은 시절 박노식을 보듯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와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어린 탕아다. 그런 분노한 청춘을 감싸안으려 하는 박노식의 모습이 묘한 감흥을 자아낸다.


<방범대원 용팔이>

<방범대원 용팔이>

1976년 | 90분 | 박노식, 황해, 장혁
용팔(박노식)과 용칠(황해)은 낮에는 연탄을 배달하고 밤에는 야경을 돌며 단 하나뿐인 여동생 지혜를 위해 살아간다. 방범대원인 이들에게는 어두운 과거가 있지만 현재는 경찰의 표창장까지 받을 정도로 모범적이며 착실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배 중인 지혜의 친아버지가 나타나고 용팔이와 용칠이는 지혜의 장래를 위해 자수할 것을 권유하지만 거절당한다. 박노식을 대표하는 ‘용팔이’ 시리즈의 변주는 이처럼 건달이 아닌 방범대원으로까지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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