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마이클 베이 최고의 야심작
2011-06-30
글 : 주성철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트랜스포머3>

이번엔 또 무엇을 보여줄까.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 이하 <트랜스포머2>)이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갔다면 <트랜스포머3>는 이제 시카고의 도심으로 착륙한다. 그리고 예고편은 아폴로 11호 ‘떡밥’을 무심히 던져주고 떠났다. 바로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달 착륙을 했을 때 그 표면에서 트랜스포머를 발견한 것. 바로 거기서부터 3편의 스토리가 살을 붙여나간다. 여러 매체와 평론가들의 혹평을 피해가지 못했던 <트랜스포머2>에서 고대 이집트와의 연관성이 다소 황당한 수준이었다면 <트랜스포머3>의 그런 설정은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좀더 탄탄한 이야기로 돌아오겠다’는 것이 마이클 베이의 첫 번째 다짐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트랜스포머2>에서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가 여자친구(메간 폭스)와 떨어져 있음을 힘겨워했던 샘(샤이어 라버프)도 어느덧 사회인이 됐다. 하지만 이제 막 졸업을 하고 직장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불황기라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샘의 고향이기도 한 시카고 도심 한복판, 정체불명의 푸른빛이 하늘을 향해 쏘아올려진다. 빛은 오랜 시간 동안 달의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디셉티콘’ 군단의 파괴 본능을 깨운다. 순식간에 시카고를 점령한 디셉티콘 군단의 무차별 공격으로 도시는 초토화된다. 옥수수 빌딩으로 유명한 마리나 시티를 비롯해 건축의 도시 시카고를 가득 채운 빌딩들이 쓰러지는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리고 정의를 수호하고 큐브를 지키는 ‘오토봇’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은 디셉티콘의 도심 공격이 40년 전 인류의 달 착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다시 한번 우주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면전에 나선다.

뉴 페이스 등장이 불러온 복잡한 멜로 라인

러닝타임 149분의 <트랜스포머2>는 그 엄청난 규모와 야심에도 불구하고 거의 쓴소리만 들었다.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버스는 아예 별점 자체를 주지 않으면서 “졸작 그 이상”이라고 했고, <시카고 선 타임스>의 로저 에버트는 “참을 수 없이 긴 상영시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1편이 거둔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호의를 떠올려볼 때 마이클 베이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트랜스포머>의 기록적인 성공에 도취돼 스토리를 갈고 다듬지 않은 결과였다. 실제로 당시 시나리오작가조합의 파업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즉흥적으로 구성된 신도 꽤 됐다. 새로 등장한 매력적인 핵심인물은 없었고 디셉티콘의 리더 메가트론의 스승 격인 ‘폴른’ 정도를 제외하고는 뭔가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캐릭터들만 난무했다. 큐브 외에 새로이 등장한 ‘매트릭스’의 존재는 그저 <반지의 제왕>의 ‘절대 반지’에 대한 어설픈 아류로 여겨졌다. 심지어 오토봇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은 목숨을 잃었다가 부활하느라 내내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했다. 프로축구팀의 주전 공격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완전 이탈한 상황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옵대장’을 두고 3편에서 범블비와 극적으로 재회하기 위한 얼마간의 이별, 혹은 3편에서의 대활약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옵티머스 프라임은 깨어났고 샘은 새 여자친구를 사귀며 3편이 시작된다.

넘치는 자신감과 달리 취직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샘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관객은 시리즈 중 가장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샘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게 마이클 베이의 얘기다. 실제로 3편의 샘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기 때문에 원래 갖고 있던 신경증이 증폭되어 나타나며, 그것이 샘의 사고방식을 다른 쪽으로 흘러가게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원거리 연애를 극복하지 못해서일까. 많은 남성팬들이 절망할 소식 중 하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샤이어 라버프 못지않게 큰 인기를 누렸던 샘의 여자친구 미카엘라 역의 메간 폭스가 안타깝게도 하차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샘의 새 여자친구 칼리로 등장할 배우는 바로 <트랜스포머3>를 통해 데뷔하는 로지 헌팅턴 휘틀리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전속모델로 활동 중인 그녀는 세 차례의 버버리 광고를 비롯해 DKNY, 랠프 로렌, 타미 힐피거 등의 광고를 촬영한 영국의 톱 모델이다. 샤이어 라버프는 두 사람의 캐릭터를 비교하며 “미카엘라가 터프하고 오토바이를 타기도 하고, 좀더 어두운 에너지를 풍겼다면 칼리는 나를 돌봐주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여자”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샘이 표창을 받는 백악관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샘이 칼리의 집으로 이사를 하고 백수인 샘에게 취업을 하라고 등을 떠민다. 칼리는 1편부터 함께한 미카엘라와 달리 낯선 트랜스포머에 대해 다소 불편함을 느낀다. 기억해둘 만한 것은 아무래도 미카엘라와 외적인 스타일이 다르다보니 대부분의 추격신에서 힐을 신고 뛰어야 했다는 점이다.

<트랜스포머2>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인상적인 새 배우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한 마이클 베이는 여전히 고생문이 훤한 조시 두하멜 외에 패트릭 뎀시를 등장시켜 멜로 라인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유명한 패트릭 뎀시가 칼리가 일하는 자동차박물관의 소유주로 나와 시종일관 칼리에게 추파를 던지며 샘과 함께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는 것. 그에 반해 <트랜스포머3>에 색다른 무게감을 실어주는 인물은 바로 프랜시스 맥도먼드에다 존 말코비치다.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국가정보국장으로 나오며 존 말코비치는 샘이 일하는 회사의 상사로 나와 그를 들볶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는 이 정도지만 그들의 경력과 개성을 감안할 때 그저 평범한 캐릭터가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어디 존 말코비치가 잔소리만 하다 들어갈 사람이던가. 또 하나 힌트를 준다면, “대배우들이라 그런지 나도 그렇고 다들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는 게 샤이어 라버프의 귀띔이다.

시리즈 중 최고의 액션신 등장

역시 팬들의 가장 큰 기대는 돌아온 옵티머스 프라임의 활약과 더불어 한층 더 진화된 오토봇 군단과 새로운 무기들, 그리고 전편의 악당들을 뛰어넘는 강력한 악당의 등장일 것이다. 먼저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를 중심으로 새로운 무기들을 대거 장착했다는 후문이다. 18륜 구동트럭 형태의 듬직한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3편에 이르러서는 양팔에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시카고 도심 한복판을 휘저을 예정이며, 샘의 단짝 범블비는 활약이 미미했던 2편에 비해 좀더 강력해진 모습을 선보인다. 공개된 영상에서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샘을 구하기 위해 건물 벽을 타고 달려가는 모습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그외 달에 잠들어 있는 ‘센티넬 프라임’은 현재로선 아직 그 역할과 능력을 짐작할 수 없다.

그에 반해 디셉티콘 군단에는 1편의 메가트론, 2편의 폴른에 이어 새로운 악당 쇼크웨이브가 합세했다. 무시무시한 붉은 외눈의 쇼크웨이브 역시 현재로선 그 능력을 가늠할 수 없지만 3편의 최고 악당이라는 것만으로도 별다른 설명은 필요없을 것이다. 마이클 베이가 처음부터 “더 이상 사막 액션신은 없다”고 못박은 대로, 시카고 도심 한복판에서 그들이 장장 30분에 걸쳐 펼치는 최후의 전면전은 역대 최고의 로봇 전투신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엄청난 인파를 거느린 채 시카고에서만 무려 2달 동안 촬영했다. 이에 대해 ‘시리즈 중 최고의 액션신’이라고 말하는 샤이어 라버프는 심지어 “마지막 30분은 마이클 베이가 평생 찍은 영화 중 제일 끝내주는 액션장면일 것이다.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액션신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지 싶다. 진짜 말도 안되고 믿기 힘들다”고까지 말한다. 그래서일까, 3편에는 부활장면이 없다. 각각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은 시리즈에서 한번씩 죽었다가 살아난 바 있다. 하지만 3편에서는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오직 지구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면전을 향해서만 달려간다.

그런 가운데 구체적으로 영상이 공개된 장면은 ‘윙 슈트’ 장면과 ‘기울어진 빌딩’ 세트 촬영이다. 이는 마이클 베이의 고집대로 실사로 촬영된 장면들이다. 먼저 시카고 도심 상공을 일명 ‘윙 슈트’라 불리는 날다람쥐 형태의 의상만을 착용한 채 맨몸으로 활강하는 이 장면은 3D효과가 극대화될 아찔한 장면이다. 디셉티콘에게 접근하기 위해 레녹스(조시 두하멜) 부대는 일명 윙 슈트라 불리는 점프 슈트를 착용하고 헬기에서 지상을 향해 마치 몸에 날개를 단 것처럼 맨몸으로 뛰어내린다. ‘진짜로 보여야 한다’는 마이클 베이의 주문대로 전문 스카이다이버들은 시카고 건축을 대표하는 명물 중 하나인 시어스 타워 상공에서 직접 뛰어내렸다. 다음은 쇼크웨이브의 공격으로 반 토막이 난 채 기울어지는 빌딩장면이다. 기울어가는 그 경사면에서 샘과 칼리는 스케이트보드에 달린 줄을 유일한 안전장비 삼아 그저 그 흐름대로 미끄러져갈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실제로 40도 정도로 기울어진 빌딩 세트를 제작해 촬영한 것이다. 이들 장면은 굳이 이렇게 따로 얘기를 해줘야 ‘아, 실사였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것은 트랜스포머에게서 ‘촉각’이 느껴져야 한다는 질감과 리얼리티에 대한 마이클 베이의 오랜 고집이기도 하다. 시각효과 담당 슈퍼바이저 스콧 파라는 “실사영화라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게 마이클 베이의 계속되는 잔소리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샘과 함께 가장 자주 등장한다고 할 수 있는 범블비의 경우 높이 5.2m, 무게 3.7t에 달하는 초대형 로봇으로 제작해 늘 함께했다. 그런 마이클 베이식 리얼리티는 아마도 3편에서 극대화될 것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줄곧 ‘자동차에 심취한 아이’의 이야기였다면 3편에 이르러 샘은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굳이 써야 함에 대해 용서를 구하자면) 세대주가 됐기 때문이다. 취직도 했고 여자친구와 동거도 한다. 1, 2편에서 미카엘라와 있을 때는 누가 봐도 연하남처럼 느껴졌던 그가 3편에서는 그렇지 않다. <트랜스포머3>에 이르러 이 시리즈는 더이상 한 아이의 성장담이 아니다. <트랜스포머3>를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인이 된 샘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왼쪽부터 마이클 베이 감독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

이번에는 3D다!

“<아바타 3D>를 촬영한 카메라를 스카이다이버 머리 위에 장착하니 죽여주더라.” 세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 허공을 보고 연기한 배우일 게 뻔한 샤이어 라버프가, 이제는 더이상 촬영현장에서 놀랄 일이 없을 법한데 <트랜스포머3>는 달랐다. 바로 시리즈 최초로 3D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바타>에서 3D를 담당했던 스탭들이 <트랜스포머3>에 참여한 덕분에 기존 스탭들 대부분이 3D 촬영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가령 기대를 모으는 윙 슈트 장면의 경우 3D가 장착된 카메라를 케이블에 연결하고, 스카이다이버의 몸에도 3D 카메라를 부착했으며, 이들이 시카고 상공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무려 시속 240km의 속도로 촬영했다. 기존의 현란한 트랜스포머 액션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자 2편을 통해 혹독한 비판에 직면한 마이클 베이가 돌파구를 삼은 것 중 하나가 바로 3D와의 조우다.

지난 5월18일, LA 파라마운트사에서는 마이클 베이와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이 <트랜스포머3>를 비롯해 현재 3D 작업환경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사실 마이클 베이는 지난 2009년 쇼웨스트 시상식에서 “글쎄요, 3D는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이지 않을까요?”라며 그 미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스튜디오의 끈질긴 권유로 결국 3D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어쩌다 변절(?)하게 된 것일까. 당시 마이클 베이는 <아바타> 촬영 스튜디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장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흥미를 느꼈고 또한 제임스 카메론이 “이것 봐요, 우리는 이것저것 다 해봤잖아요. 이제는 영화감독들이 3D라는 장난감을 탐구해볼 때예요”라고 얘기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간담회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마이클 베이처럼 엄청난 촬영 테크닉과 비주얼 디자인을 겸비한 감독이 3D로 영화를 찍으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말했다.

3D로 찍으면서 촬영 속도가 대폭 느려지고 3천만달러의 추가 예산까지 들며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마이클 베이는 결과적으로 범블비 얼굴 클로즈업숏을 보며 “아니, 3D 롱테이크로 어떻게 로봇 얼굴의 감정을 저리 잘 담아낼 수 있을까”라며 혼란스런 마음을 다잡았다고 고백했다. 3D를 통해 트랜스포머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두 사람은 3D의 미래에 대한 여러 얘기를 나눴고 공개된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화려한 전투신은 기존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액션신들로부터 어떻게 더 진화했는지 보여줬다. 끝으로 제임스 카메론은 “계획에도 없던 영화를 급작스럽게 3D로 억지로 바꾸는 일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영화가 3D에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음향효과를 바꾸는 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램 안에 넣어 파일을 넣어 뚝딱 완성되는 것도 아니”라며 “제발 너무 급히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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