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어벤져>의 원제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다. 주인공의 이름인 ‘캡틴 아메리카’가 빠진 이유? 그걸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캡틴 아메리카는 1941년 처음 코믹스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미국적 애국주의를 표방하는 히어로였다. 백악관에 걸려 있는 성조기를 떼다 지은 듯한 쫄쫄이와 방패부터가 팍스 아메리카나의 대변자라는 증거다. 미국 외 관객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을 근심없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캡틴 아메리카는 시대착오적인 히어로다. 그가 활동하던 무대는 2차대전이며 적은 나치 독일이었다. 옛날의 금잔디에서 동산의 매기가 꿈꾸던 히어로를 대체 어떻게 재창조할 것인가.
재미있게도 마블 코믹스는 정면돌파를 선언한 듯하다. 그들은 시대를 바꾸지도 않았다. <퍼스트 어벤져>의 무대는 여전히 2차대전이고, 영화는 오리지널 코믹스의 창조 신화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나치에 맞서 조국을 지키고 싶지만 워낙 육체적으로 허약해 징집에서 탈락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군입대에 도전하던 로저스는 국방부의 슈퍼솔저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생체실험 주사에 의해 근력이 강화된 인간병기 캡틴 아메리카로 새롭게 태어난다. 물론 반대편에는 히틀러의 인간 병기인 레드 스컬(휴고 위빙)이 격돌을 준비 중이다.
마블 코믹스가 선택한 감독이 조 존스턴이라는 것 역시 상징적인 데가 있다. 조 존스턴은 2차대전을 무대로 한 복고풍 코믹스 원작 슈퍼히어로영화 <인간 로켓티어>(1991)를 이미 연출한 바 있다. 마블이 <인간 로켓티어>처럼 복고적인 21세기 슈퍼히어로영화를 원했던 건 이쯤되면 분명해진다. 여전히 문제는 이 미국적인 히어로가 어떻게 미국 외 관객에게 받아들여지느냐다. 제작자 아비 아라드는 말한다. “<퍼스트 어벤져>는 시대에 뒤처진 남자를 다시 현대로 복귀시키는 이야기다. 미국의 작은 도시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세계라고 생각했던 히어로의 눈을 통해 지금의 세계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으로부터 60년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는 더 완벽해졌는가? 이건 미국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지금 세계에 대한 영화다.”
오리지널 코믹스의 캡틴 아메리카는 연합군을 이끌던 중 비행기와 함께 북극으로 추락하고, 빙하 속에 냉동됐다가 또 다른 마블의 히어로 ‘서브 마리너’에 의해 현재로 복귀한다. 물론 그의 주요 임무는 토르, 아이언맨, 헐크 등이 모두 포함된 슈퍼히어로 군단 ‘어벤져스’의 리더다. <퍼스트 어벤져> 역시 캡틴 아메리카가 빙하로 추락하면서 막을 내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어쩌면 <퍼스트 어벤져>는 마블이 오랫동안 꿈꿔온 꿈의 프로젝트 <어벤져스>를 열어젖히기 위한 마지막 관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로켓티어>와 <딕 트레이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같은 복고풍 슈퍼히어로물의 묘한 매력에 열광하는 팬들이라면 <퍼스트 어벤져>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