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8월14일, 런던 해로즈 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연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만났다. 이 인터뷰는 래드클리프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가 개봉하는 2011년 7월에 뮤지컬 공연 등으로 바쁠 것을 감안해 1년 앞서 진행된 것이다. 래드클리프는 “영화 촬영을 마친 게 언제라고, 마지막 편 이야기에서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어젯밤에는 시놉시스를 다시 읽어봤다”며 “내년에 (이런 인터뷰를)했으면, 지금보다 더 잊어버렸을 것이니 오히려 잘됐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와 2부의 차이를 설명해달라.
=사실 두 작품은 매우 다른 영화다. 1부는 2부에 있을 마지막 결투를 위해 정보를 모으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드무비다. 호그와트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우리 삼총사의 모습도 시리즈 중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부에는 시리즈를 종결할 마지막 결투가 담겨 있다. 1부에 비해 볼거리가 배로 늘었다. 몇몇 액션 시퀀스는 자랑하고 싶을 만큼 훌륭하다. 그 밖에 세월이 흐르고, 우리가 늙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37살의 해리는 세 아이가 있다고 들었다. 당신의 아이들을 연기한 아역배우들에 대해 조금 더 알려달라.
=내 아이들은 너무 훌륭해서, 어떻게 묘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웃음) 알버스를 연기한 아서 보웬은 어리지만 매우 예의가 바르고 가능성이 넘치는 배우였다. 제임스를 연기한 배우는 로비 저비스였는데, 이 친구는 나의 어렸을 적을 많이 생각나게 해주었다. 재능이 많은 친구였다. 그리고 릴리! 릴리는 어떻게 이런 창조물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 의문이 들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영화 소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지금 두개의 안경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시리즈의 가장 처음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찍을 때 썼던 건데, 지금 나한테는 당연히 맞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최근 것인데 몇편에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해리 포터> 전 시리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혹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음 글쎄. 게리 올드먼(시리우스 블랙 역) 같은 위대한 배우와 함께 작업했던 것이 아닐까. 그가 지금 내 친구라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다! 의상 디자이너인 윌 스테글을 만난 것도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지만, 그 뒤 10년을 함께 지냈다.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나의 모든 중요한 순간에,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어줬다.
-마지막 <해리 포터> 영화이기에 압박감이 있었을 것 같다.
=압박감? 당연히 있었다. 사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이런 감정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고,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무서웠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런 식의 압박감이 우리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그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음, 그런데 그렇게 한 것 같다. (웃음)
-당신에게는 지난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이 더 중요해 보인다.
=지금 <우먼 인 블랙>을 찍고 있는데, 스크립트가 ‘너무 너무 너무’ 대단하고 훌륭하다. 사람들은 내게 앞으로 어떤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어떤 특정한 장르가 아니라 좋은 시나리오의 작품을 하고 싶다. 좋은 스크립트와 감독, 배우 이 세 박자가 모두 맞을 때, 비로소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 같다.
-<우먼 인 블랙>을 차기작으로 고른 것도 같은 맥락이었나.
=그렇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시나리오 중 최고였다. 또한 나는 이 작품을 연출하는 제임스 왓킨스야말로 크리스토퍼 놀란을 이을 영국 대표 감독이 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하게 될 뮤지컬 때문에 오랫동안 댄스와 노래 레슨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뮤지컬의 제목은 <성공시대>다. 아직 정확한 개봉일은 모르겠고, 내년 여름에는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서 댄스 레슨은 18개월, 노래 레슨은 2년6개월째 받고 있다. 내 목소리가 뮤지컬에 잘 맞지 않아서, 고생 좀 했다. 그런데 노래 연습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라.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 레슨을 받았는데, 요즘에는 일주일에 3번씩 받고 있다. 문제는 댄스 레슨인데, 사실 내가 치료 불가능한 몸치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같은데 잘 모르겠다. 내년에 직접 확인해봐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