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진짜와 가짜, 일상과 삶에 대한 감독의 물음과 재기발랄 <딥 인 더 밸리>
2011-07-27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레스터(크리스 프랫)는 가게의 점원으로 일할 때에도 TV 포르노 광고를 보며 섹시한 여성과 자는 꿈을 꾸는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이다. 그의 친구인 칼(브렌단 하인즈)은 여자친구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하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돈이 없어 집세도, 신혼여행비도 여자친구 아버지가 내야 하는 무능력한 남자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여자친구에게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한다. 할 일 없는 주말, 술을 마시고 있던 레스터와 칼에게 포르노계의 스필버그인 다이아몬드 짐의 포르노 부스가 배달된다. 포르노를 보기 위해 부스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둘은 현실과 다른 차원의 포르노 마을로 공간이동한다. 그곳은 래스터가 수없이 봐왔던 포르노영화의 세계이며 둘은 그 속에서 갖가지 해프닝을 벌인다.

포르노 마을은 사랑을 모르는 세계이다. 모험에서 한 가지 규칙은 사랑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고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만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을 알지 못하던 남자가 사랑을 찾게 되는 흔한 결말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들은 경찰에 쫓기지만 쫓기는 이유를 알지 못하며 단순히 직업이라고만 얘기할 뿐 쫓는 경찰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심각한 주제를 말하거나 큰 의미를 두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현실과 환상을 뒤섞고 출생의 비밀은 엉뚱한 상황에서 갑자기 밝혀버리며 사랑이란 테마도 의도적으로 끼워넣어 버무린다. 서사는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으며 주인공은 이미 영화의 서사를 알고 있다. 진짜와 가짜, 일상과 삶에 대한 감독의 물음과 재기발랄함이 엿보이지만 발랄함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발랄함에 그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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