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③
2011-09-15
글 : 강병진
영화인 25명 '이 영화 보며 잠들고 싶다'

◆ 영화감독 장항준

<대부2>(1974)

<대부2>(1974) 워낙 좋아하는 영화다. 죽기 전에 보면서 ‘영화는 이런 거지!’ 하면서 감회에 젖게 될 거다. 무엇보다 죽음이고 뭐고 다른 생각 안 하면서 감탄하는 마음으로만 죽을 수 있을 거다. <서머 스토리>(1988)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어찌보면 유치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를 보고는 연극영화과 원서를 썼었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서 다시 미소지을 것 같다. <라이터를 켜라>(2002) 데뷔작은 봐줘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나도 본 지 오래된 영화이니, 그때 가면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게 될 텐데 얼마나 어설퍼 보일까 궁금하다. 그때의 기분과 추억을 떠올려보고도 싶다.

◆ 영화감독 류승완

<007 문레이커>(1979)

당신이 죽기 전 꼭 보고 싶은 세편의 영화를 죽을 만큼 뽑기 싫은 세가지 이유. 첫째, 솔직히 죽을 때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날 것 같다. 그 시간에 차라리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동료들의 얼굴이 더 보고 싶지 않을까? 둘째, 죽는 것도 고민인데, 세편만 뽑으라니! 앓느니 죽지! 셋째, 죽을 때까지 만들지 못한 영화가 있다면 내가 죽은 이후에라도 만들 수 있도록 무슨 짓이라도 해놓을 것 같다. 그런데 죽기 전에 세편이나 챙겨봤다면, 그 영화를 만들 다음 타자가 그 영화들 베꼈단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꼭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초등학교 시험기간에 엄마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끝까지 본 <007 문레이커>(1979)를 보겠다. 엄마하고 시험 문제집을 풀다가 엉엉 울면서 동시상영관을 찾아갔다. 영화가 시작됐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거다. 아버지였다. 찔찔 울면서 극장으로 간 아들에게 아버지는 빵빠레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셨다. <007 문레이커>는 그런 사연이 있는 영화다. 어쩌면 영화보단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일 거다.

◆ 영화감독 곽경택

<빠삐용>(1973)

<대부>(1972) 밀레니엄 때, 한 세기를 통틀어 최고의 영화로 꼽혔던 작품이다. 그 영화에 표현된 삶에 대한 수많은 감정을 음미하고 싶다. <빠삐용>(1973) 판사가 내리는 죄명이 걸작이다. “너의 인생을 허비한 죄”라니…. <데어 윌 비 블러드>(2007) 영화는 사운드나 화질이 조금 나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연기가 안되면 볼 수 없다. 최고의 연기로 만든 이 영화에서 영화가 무엇이었나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거다.

◆ 영화감독 윤제균

<7일간의 사랑>(1983)

<E.T.>(1982) 영화가 단순히 오락거리가 아니라 꿈의 공장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소년과 E.T가 정부 요원과 경찰을 따돌리고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 행복감을 줄 것 같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 삼수할 때 혼자서 봤다. 내 영화의 정서에 가장 영향을 끼친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의 후반부, 아버지가 죽으러 가는 장면을 다시 울면서 보게 될 거다. <7일간의 사랑>(1983) 아빠와 아들의 7일간의 사랑 이야기인데 제법 잔잔하다. 신파가 아님에도 가슴 아프고 슬프다. 극중 스코어인 <Water Is Wild>를 함께 들으면서 아이의 아버지로서 살아온 나를 되돌아보는 게 좋겠다.

◆ 영화배우 하정우

<노팅힐>(1999)

<러브 어페어>(1994)는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잊을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 워런 비티가 아네트 베닝을 만나 “왜 그날 안 왔냐” 하고 나서 좀 지나 그림을 보는 장면이 정말 최고였다. 그 감동과 그 순간의 몰입, 짠 하면서 울리는 그런 전율이 지금도 선명하다. <대부>(1972)는 완벽한 스토리와 재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본 세 시간 이상의 시리즈라 보는 내내 행복한 영화이기 때문에 잠시 죽음을 잊을 수 있을 거다. 마지막은 <노팅힐>(1999). 영화 속 인물들 모두가 너무 좋다.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도 좋지만 난 영화 속 친구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휴 그랜트와 같이 사는 스파이크를 비롯해서 여동생과 친구들. 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호텔 직원, 휴 그랜트가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만나는 기자. 인물들 모두가 하나같이 재밌고 다들 각자의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내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최후를 맞이하고 싶다.

◆ 영화평론가 이동진

<설리번 여행기>(1942)

<설리번 여행기>(1942) 그동안 나를 웃게 해준 그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빅 피쉬>(2003) 이야기로서의 삶을 이제 마치면서. <원더풀 라이프>(1998) 나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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