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두 남녀가 나누는 자기연민의 읊조림<한밤 중에> Nuit #1
2011-10-06
글 : 김효선 (영화평론가)

<한밤 중에> Nuit #1
안 에몽 | 캐나다 | 2011년 | 91분 | 플래시 포워드

춤에 도취된 사람들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친다. 영화는 몽환적인 음악 속에 그들의 흩날리는 머리칼과 땀방울을 슬로우 모션으로 잡아낸다. 이윽고, 클럽에서 나온 두 남녀 클라라와 니콜라이가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다. 이 자극적인 섹스 장면 이후에, 영화의 대부분은 니콜라이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채워진다. 이 둘은 침대와 소파, 그리고 욕실에서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는 주로 긴 모놀로그가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니콜라이는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들이 함께 나누던 몸짓을 상세히 나열하고, 그럼에도 그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비극을 말한다. 그의 이야기는 이방인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무력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클라라는 초등학교 교사인 그녀의 이중생활을 털어놓고는, 온갖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감정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좌절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들은 그렇게 다른 듯 닮아있는 자신들의 삶을 고백하면서, 때로는 몸싸움을 벌이고 때로는 서로의 몸을 씻겨주며 위안한다.

영화가 주로 이들의 대사로 채워지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약점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갈등이 빚어지고 와해되는 전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두 배우의 연기는 빈번히 시도되는 클로즈업의 롱테이크 쇼트에서도 차곡차곡 감정의 결을 쌓아간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자기 연민에 가까운 읊조림을 듣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대사의 상당 부분은 진부하기까지 하다. 영화의 마지막은 교실에서 아이들이 암송하는 시를 듣는 여자의 표정에서 끝이 난다. 복잡한 심경을 전달하는 배우의 표정 연출은 좋다. 마지막 아이가 읊은 시의 내용은 힘겨운 삶을 계속해 나가야함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피력하는 무력감도 긍정도 좀 바스락거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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