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의 이유> The Reason Why I Step
김철민 | 한국 | 2011년 | 85분
한류 바람에다 각종 오디션 법석까지 대중매체에 멋 빛난 노래들 차고 넘친다. 그런데 아직도 “노래로 세상을 바꾸려” 들고 “음악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듯이 노래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려는” 바보가 있다. ‘혁명동지가’같은 꽤 알려진 운동가요 만들고 ‘우리나라’라는 노래패에서 활동하면서 “아픔 있는 사람들 달래고 기쁨 있는 곳에서 그걸 나누고, 새로운 세상과 통일에 대한 염원” 펼치려는 뜻 높은 사람이 그다. 바로 백자라는 민중가수다.
돈 안 되는 일 하느라 하나 뿐인 아이와 오랫동안 떨어져 살고, 공연조차 줄어들어 하루하루 생존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면서도 투쟁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힘찬 사람이다. 경비마저 스스로 마련해 일본 조선학교 지원 위한 행사를 강행군하다가도 이 영화 찍은 감독에게 친형처럼 따뜻한 결혼식 축가 불러주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동안 이바지한 것 기리느라 찾아주는 청중이 아니라 자신의 노래가 좋아서 찾아주는 청중과 음악 나눌 자리 늘 목말라하던 꿈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쑥스럽지만 홍대앞 클럽에서 어렵사리 공연 기회 얻기까지 한다. 드디어 그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 십시일반 도와 마흔이 되어 올해 첫 앨범 내고 단독 공연 가졌다. 그 어려운 걸음을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겠다”는 그의 노래가 좋아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었단다.
조금은 서툴지만 잔잔한 영상으로 이 온갖 소리와 빛 세상에 조용하게 그의 노래와 삶을 전해준다. ‘노래에는 질 수 밖에요’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지만 이 소박한 노래의 꿈을 담은 영상에도 질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