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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원제 311)
와타이 타케하로, 마츠바야시 요주, 모리 타츠야 | 일본 | 2011년 | 94분
누구나 다 알 듯이, 그렇지만 이제는 팍팍한 살림에 시난고난 살아가느라 다 잊었듯이 지난 3월11일 일본 동북 지방에 대지진과 해일이 일어났다. 어디 그 뿐인가? 그 바람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무너져 방사능 피해가 극심했다. 글로벌 시대, 정보통신의 발달로 우리는 그 소식을 실시간으로 상세하게도 접했다. 방송국마다 특집이네, 단독보도네, 온갖 끔찍하고 살벌한 내용들 전해주었다. 여기 그 상황을 담은 또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311>이다. 이 영화는 촬영진이 현장을 찾아가면서 휴대한 방사능 측정기의 삑삑거리는 탐지음과 함께 시작한다. 그만큼 긴박감과 현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사실 앞서 밝힌 매스컴을 통한 넘쳐나는 정보 탓에 그 화면 어느 것 하나도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늘 그렇듯이 일본 특유의 담담한 영상과 차분한 편집이 눈에 띌 정도다. 하지만 무너진 학교를 비추고, 남겨진 책가방과 체육복이 더러워진 채로 잘 정돈된 장면으로 넘어갈 때 쯤 문득 깊은 좌절과 가없는 절망이 묻어난다. 또 다른 학교행사에서 울먹이는 사람들, 난민 수용소에서 서로를 찾고 또 위로하는 가족들의 절제된 슬픔과 아픔에 보는 이들 가슴도 먹먹해진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그만큼 오만하기 짝이 없던 현대 기술과학, 그 첨단을 자랑하던 일본의 위세는 자연재해와 ‘나머지 위험성(rest risk)’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런데도 우리네 원전은 안전하고,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