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태권V를 이길지는 몰라도 그 이상은 무리다 <마징카이저>
2011-10-26
글 : 신두영

마징가Z랑 태권V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 케케묵은 논쟁을 다시 상기해본다. 나가이 고가 창조했던 마징가Z는 그레이트 마징가를 거쳐 ‘마징카이저’로 진화했다. 그동안 태권V는 2007년 고작 디지털 복원판만 내놓았을 뿐이다. 실사화는 지지부진하다. 그렇다면 2011년 현재 스펙만 놓고 봤을 때 마징가 계통의 새 로봇인 마징카이저가 이 대결에서 승리하지 않을까.

마징카이저의 승리를 점쳐보는 또 다른 이유는 탄생 39주년을 맞는 마징가 시리즈의 <마징카이저>가 과거에 비해 잔혹해졌기 때문이다. 기계도라는 공간에서 전투를 펼치는 키바, 가란, 아이라라는 세 집단의 싸움을 종결짓기 위해 투입된 마징카이저의 파일럿 카이도 켄(아사누마 신타로)과 마가미 료(히노 사토시)는 싸움 자체를 즐기는 사나이들이다. 이들은 “지옥을 보여주마”라는 대사를 툭하면 내뱉는다. 동심보다는 어른의 세계에 가깝게 느껴지는 <마징카이저>의 변화는 원작자 나가이 고의 참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악마적 외형과 불완전한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나가이 고의 명작 <데빌맨>의 그림자가 <마징카이저>에서 감지된다. 성인을 위한 이런 진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원작 팬들이 기억하는 <마징가Z>의 고유한 특성이다. 로켓펀치는 토네이도 크러셔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위력은 있지만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투덜대는 카이도와 마가미의 대사는 추억을 비트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마징카이저>가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로봇의 진화에 대응하는 성인용 이야기가 없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 구도는 여전히 아동용이다. ‘마징카이저’가 태권V를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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