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아만다 시프리드] 미국의 새로운 ‘국민 연인’
2011-10-31
글 : 김도훈
아만다 시프리드

아직도 할리우드는 애타게 줄리아 로버츠를 찾고 있는가. 지금 할리우드에 부족한 게 하나 있다면 웃음 하나로 세상을 평정할 줄 아는 여배우다. 오드리 헵번으로부터 시작해 90년대 줄리아 로버츠와 멕 라이언이 완성한 ‘아메리칸 스위트하트’(American Sweetheart)의 계보를 이어줄 여배우 말이다. 니콜 키드먼과 샤를리즈 테론이 얼굴에 보형물을 붙이고 오스카를 휩쓸자 모든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어떻게 하면 외모를 망가뜨려가며 성격파 배우가 되어 오스카를 받을 것인가에만 정신이 팔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배우에게 꼭 오스카가 필요한가? 그냥 활짝 웃는 것만으로도 허술한 영화를 고전으로 만들 여배우는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그렇다면 지금 현재 아메리칸 스위트하트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5년 전이었다면 린제이 로한이 가장 강력한 후보였겠지만 그녀는 이미 매컬리 컬킨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인 지 오래고, 지금으로서 딱 떠오르는 이름은 아만다 시프리드다. 아이러니하게도 린제이 로한의 히트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으로 데뷔한 시프리드는 <맘마미아!>(2008), <레터스 투 줄리엣>(2010)으로 아메리칸 스위트하트의 지위에 다가섰다. 솔직히 말해보자. 디아블로 코디가 각본을 맡았던 영화적 재앙 <죽여줘! 제니퍼>를 그나마 참아낼 수 있었던 건 메간 폭스의 신경질적인 섹시함이 아니라 시프리드의 사랑스러운 눈동자 덕분이었다.

<인 타임>에서 아만다 시프리드는 과잉 보호를 받으며 사는 부유한 상속녀 실비아를 연기한다. 그녀는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연기한 주인공의 인질로 잡혔다가, 우리 모두 예견할 수 있다시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아만다 시프리드는 <인 타임>의 실비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이었다고 말한다. 그럴 법도 하다. 그동안 그리스의 섬에서 노래하고 춤추거나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사랑에 흥청거렸던 그녀는 <인 타임>에서 총을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LA 시내를 내달려야만 한다. 시프리드가 SF액션영화에 뛰어들었다면 거기에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프리드는 “앤드루 니콜이 감독과 각본을 맡는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창적인 감독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 타임>은 SF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이기도 하고, 젊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경제?사회적 배경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놀랄 정도로 닮았다. 영화의 컨셉이 마음에 쏙 든다.”

그런데 총을 들고 달리는 아만다 시프리드라니. <로미오와 줄리엣>의 클레어 데인즈가 <터미네이터3>에서 기관총을 로봇들에 난사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묘한 어색함을 기억하시는가? 시프리드는 별로 관계없다는 듯 말한다. “총을 들고 뛰어다니면 내 자신이 강해진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누군가의 얼굴에 총을 들이대고 소리지르는 장면을 찍을 땐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총알이 장전됐든 아니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서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위험한 일인데도 그만큼 흥분이 됐다. 총이 여자에게 엄청난 힘을 가진 듯한 기분을 준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물론 새로운 힘을 경험했다고 해서 아만다 시프리드가 그녀의 진정한 무기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스크린을 채우며 관객의 입가를 찢어지게 만드는 천만달러짜리 ‘아메리칸 스위트하트’의 미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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