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호타루>(반딧불이)는 전쟁으로 인한 깊은 상처를 가슴 깊이 묻어둔 채 묵묵히 살아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전쟁의 상처는 가미카제 특공대와 연관돼 있다. 그리고 영화는 1989년 히로히토 일왕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기점으로 현재와 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을 오가며 진행된다.일본 가고시마의 조용한 어촌 마을. 어부 야마오카(다카쿠라 겐)와 아내 도모코(다나카 유코)는 서로를 아끼며 행복한 일상을 꾸려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야마오카는 가미카제 특공대로 출격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귀환해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이 가슴 깊이 어려 있고, 아내 도모코는 약혼자였던 가네야마 소위를 가미카제 특공대로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일왕의 서거에 이어, 역시 가미카제 특공대로 살아남았던 옛 친구 후지에(이가와 히사시)의 자살소식이 전해지면서 야마오카 부부는 가슴 속에 묻어왔던 과거를 회상한다. 그리고 도모코의 약혼자였던 조선인 출신 가네야마 소위의 유품과 유언을 전하러 그의 고향인 한국을 방문한다.<호타루>는 가미카제 특공대라는 민감한 소재를 택했지만 영화가 이를 정면으로 붙잡고 씨름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스무살 전후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을까`하는 흐느낌만 있을 뿐이다.그러나 조선인 가미가제 가네야마의 고향인 안동을 찾아 그의 가족들을 만나는 장면은 보는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가족들은 이들을 집안에도 들이지 않고 닫힌 문 앞에서 쌀쌀하게 맞는다. 그러다 “나는 일본 제국주의를 위해 출격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에 있는 내 가족과 도미코를 위해 적함을 반드시 격침시킬 것이다”라는 가네야마의 유언을 듣고서야 이들을 집안으로 들인다. `이 정도면 화해의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안일한 역사의식을 보는 것같다.<호타루>는 한국에서도 히트한 <철도원>의 제작진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 주연배우 다카쿠라 겐, 기무라 다이사쿠 촬영감독이 다시 손을 잡고 만들었다. 지난해 250만 일본 관객들을 울리기도 했다. 18일 개봉. 신복례 기자bo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