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talk]
[Cinetalk] 이 영화로 돈 벌겠단 생각 전혀 안했다
2011-12-13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50/50> 수입한 PR컨설팅 그룹 프레인의 여준영 대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김연아, 박지성, JYJ의 공통점은? 변화의 시기에 이 남자를 거쳐갔다는 점이다. PR컨설팅 그룹 ‘프레인’의 여준영 대표가 바로 그다. 2000년 직원 세명의 작은 회사로 출발한 지 11년 만에 프레인은 연매출 194억원에 이르는 국내 1위의 PR기업으로 성장했다. 2005년 회사를 떠난 뒤에도 프레인을 안팎으로 지원하는 여준영 대표의 관심은 현재 영화와 매니지먼트 사업에 머물러 있다. <50/50>은 프레인의 이름으로 수입한 첫 영화이자 PR회사가 영화 콘텐츠를 직접 보유하고 개봉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에 관여한 흔치 않은 작품이다.

-영화를 수입한 건 처음이다.
=누군가의 에이전트로 지내는 데 한계를 느낄 때였다. PR회사는 주로 제품이나 자본을 가진 회사에 고용된다. 제품에 대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그 돈은 고객이 가진다. 나는 PR회사의 미래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는 데 있다고 봤다. 그럼 어떤 콘텐츠를 보유할 것인가 생각하니, 가장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영화였다. 기업을 사들이려면 몇백억원이 들겠지만, 영화는 1천만원짜리도 있고, 5천만원짜리도 있으니까. 한번 시도해본 거다.

-<50/50>을 첫 영화로 선택한 이유는.
=작은 수입사에서 다양한 스크리너를 받았는데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스크리너만 보다가는 영화 수입을 못할 것 같았다. 마침 드림웨스트픽처스에서 <50/50>을 수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화도 못 보고 줄거리만 들었는데 리얼리티도 있고, 잔잔한 이야기라는 점이 취향에 맞았다. 조셉 고든 레빗이란 배우를 좋아하기도 했고. 수업료를 낸다는 생각으로 수입한 가격의 절반을 내겠다고 했다.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했나. 기존 영화홍보사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점이 있다면.
=우선 이 영화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프레인의 이름을 걸고 투자한 첫 영화인데 적어도 콘텐츠로 욕을 먹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TV, 신문, 포털사이트에 광고하지 않는 대신 스토리를 알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트레일러, 포스터도 거의 수정하지 않았다. 이 영화의 진정성을 믿고 싶어서다. 또 보고 싶은 영화이자 기억하고 싶은 영화로 브랜딩하기 위해 <50/50>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품- 컵, 글라스, 콜라보레이션 피겨나 포스터 등- 을 만들었다. 박스에 물건과 함께 내가 직접 쓴 편지를 담아 보도자료를 냈다.

-올해부터 매니지먼트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무열, 류승룡, 조은지가 소속 배우다. 사업을 구상한 건 아니었다. 우연히 김무열씨를 알게 되었는데 참 좋은 배우더라. 마침 그 친구가 소속사가 없던 때였고 후원하고 싶다는 생각에 만나게 됐다. 그런데 김무열씨를 만나며 알게 된 한국 매니지먼트업계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배우, 가수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회사가 나누는 구조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선수들은 기업에서 후원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해서 우승하면 보너스를 또 받는다. 매니지먼트 사업도 그런 구조가 가능하다고 본다. 김무열씨가 <최종병기 활>로 주목받지 않았나. 다른 매니지먼트사였다면 이 기세를 이어 제안이 들어오는 드라마, 영화 다 해야 한다고 했을 거다. 나는 그가 하고 싶다는 연극, 노 개런티로 출연하겠다는 독립영화 다 하라고 했다. 그렇게 배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만들어주면 향후 그 배우는 자질을 갖춘 더 뛰어난 배우가 될 거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매니지먼트 구조로는 훌륭한 배우를 만들 수 없다.

-2005년 프레인 대표를 그만둔 뒤 영화, 매니지먼트, 공연 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
=내가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편이다.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 준비를 잘 안 하는 편이다. 오히려 일을 벌이고 나면 일을 만들어나가는 힘이 저절로 나올 때가 많다. 2005년 대표를 그만두며 마지막 임원 워크숍 때 “몇년 뒤 500억, 1천억원 매출을 올릴 거다”라고 말했다. 당시 회사 매출이 100억원 정도 될 때였는데, PR회사는 100억원 매출이 한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콘텐츠를 분업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많다고 나는 믿는다. 그게 영화가 될 수도 있는 일이고. 지금은 그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