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기들은 다 먼저 감독이 됐다. 하지만 다들 입을 모아 결국 브래드 버드가 가장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중 최고다.” 픽사의 존 래세터는 캘리포니아예술대학의 1957년생 동갑내기 동창 브래드 버드를 끌어들여 <인크레더블>(2004)을 만들며 이렇게 말했다.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들 중 극영화 감독으로서는 확실히 브래드 버드가 가장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이언 자이언트>(1999)를 시작으로 <인크레더블>(2004)과 <라따뚜이>(2007)를 거쳐 극영화 데뷔작 <미션 임파서블4>에 다다른 브래드 버드를 만났다.
-<미션 임파서블4>의 메가폰을 잡으며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무엇보다 나의 생존이 가장 중요했다. (웃음) 그리고 속도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전 미션 임파서블 팀에서 느껴지던 여유로운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갈등 요소도 집어넣었다. 중간에 회상신을 넣거나 하지 않고 계속 일정한 방향으로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식으로 나아갔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첩보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려서 아주 인상적으로 본 영화가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저 영화의 감독이 히치콕이야”라고 얘기해줘서,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감독’으로 인지한 사람이 히치콕이다. 내 생각에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내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음악이나 미술, 작곡 등 자기 개성을 온전하게 담아낸 유일한 작가가 바로 히치콕이다. 그의 영화 중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가장 좋아하는데 두바이 모래폭풍 장면은 바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옥수수밭 추격장면에 대한 오마주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허허벌판에서 비행기의 습격을 받아 캐리 그랜트가 달아나는 장면에서 그 위협적인 비행기를 바로 모래폭풍으로 표현했다. 어두운 밤이나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대낮의 열린 공간에서 펼쳐지는 추격신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고 큰 감명을 받았다.
-‘5초 뒤 이 기계는 자동으로 폭파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뜬 뒤에도 폭발하지 않는 송신기나 사진 촬영이 가능한 콘택트렌즈 등 이전 시리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등장하는 비밀병기들에서 <007> 시리즈가 떠오른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기에 관객의 기대치를 예상하는 게 중요했다. 예상대로 가야 하는 것과 다르게 가야 하는 것 사이의 균형 말이다. 당연히 그 둘 모두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그런 점은 다른 방향으로 트는 것으로 설정했다. J. J. 에이브럼스가 뭘 해보고 싶냐고 물었을 때도 “5초 뒤 자동 폭파되는 송신기나 각종 스파이 휴대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007> 시리즈가 바로 세 번째 작품인 <골드핑거>다. 대단히 스타일리시할 뿐만 아니라 비밀병기가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결코 심각하지만은 않다. <레이더스>(1981)도 그런 면 때문에 좋아한다. 액션과 서스펜스 속의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스트의 주차장 액션신이 인상적이다.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그 장면에서 홍콩이나 동아시아 액션영화들의 영향이 느껴졌다.
=오우삼을 좋아한다. 홍콩영화를 늘 좋아했다. 어떤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 신을 구상했다. 제약된 환경일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데,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기계식 주차 빌딩이 독일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디어가 바로 나온 것은 아니고 클라이맥스로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속 고심했다. 차들이 밀집한 거대한 기계 안에서 작은 인간들이 싸우는 장면이 떠올랐다. 얘기를 듣고 보니 매우 좁고 쿨한 공간에서 근접해 싸우는 모습이 확실히 아시아영화를 연상시키긴 한다.
-<아이언 자이언트>의 거대 로봇과 <인크레더블>의 슈퍼히어로들, 그리고 <라따뚜이>의 쥐, 그렇게 당신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인간세계와 일정한 경계가 있는 캐릭터다. 그런 점이 이단 헌트가 세계와 느끼는 거리감과 연결되지는 않나.
=내가 왜 그런 캐릭터나 인물에 끌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업을 끝내고 되돌아보면 나 역시 늘 그렇구나, 하고 느낀다. 이단 헌트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느끼는 고립감이랄까, 그런 건 확실히 내 작품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패턴이다.
-앞으로 더이상 애니메이션은 안 할 건가.
=영화와 애니메이션 둘 다 사랑하니까 앞으로 뭐든 다 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애니메이션이든 실사영화든 내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랄 뿐이다. 뭐든 불러만 달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