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톰 크루즈는 고층 빌딩에 매달린다. 그리고 역시 죽도록 뛰어다닌다. 1편에서 무너지는 수족관이 그를 덮치고 달리는 테제베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더니, 2편에서는 도입부부터 맨손으로 암벽을 기어올랐으며, 3편에서도 상하이의 고층 빌딩을 맨몸으로 타고 내려오며 총격전을 벌였다. 폭발 진동에 한껏 튀어올라 자동차에 부딪히며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톰 크루즈의 육신은, 2000년대 들어 슈퍼히어로 전성시대에 저항하는 할리우드의 마지막 몸짓처럼 보였다. 그만큼 진짜 힘들어 보이는 배우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해리슨 포드나 <다이 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 정도일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가 처음으로 제작한 작품이며 그로부터 무려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전히 어지간한 장면은 직접 연기했고, 와이어 하나에 의지해 카메라와 싸웠다. 그렇게 그가 힘들수록 관객은 열광했다.
지난 12월2일 새벽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기다리던 팬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폭풍 사인’을 해주며 역시나 ‘친절한 톰 아저씨’의 면모를 과시했다. 애초 짧은 일정에 레드카펫 행사만 가질 예정이던 그는 앞서 열린 시사회의 반응에 고무됐는지 오후 3시경에는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자들과 만났다. 또 같은 날 오후 6시30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그는 무려 2시간 동안 팬들과 만났고 무대인사도 가졌다. 여전히 팬들의 아우성 속에서 폭풍 사인을 이어갔음은 물론이다. 그리고는 브래드 버드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상영관 뒤에서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출국 일정 때문에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상영관을 뜰 수밖에 없었던 그는 그렇게 꽉 찬 일정을 보내고 떠났다. 변함없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퍼펙트 스마일’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어떤가.
=늘 이번에는 어떤 나라를 방문할까 설레는데 <미션 임파서블4>로 한국에 오게 돼 아주 좋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폴라 패튼, 브래드 버드 감독과 함께 찾게 돼 더 좋다. 다섯 번째 방문이라 익숙한 느낌도 들고 정겹다. 여전히 열정적인 팬들이 있어 반갑다. 더 많은 곳을 다녀보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한 게 탈이다.
-매번 한국을 찾을 때마다 매너 좋은 모습을 보여줘 팬들은 당신을 ‘톰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하하, 좋은 별명을 지어줘서 고맙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한국 팬들이 너무 잘해줘서 참 기쁘다. 어제도 늦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많은 팬들이 맞이해주셨다. 한국은 참 좋은 곳이다. 영화 찍기를 좋아했고, 지금은 어렸을 때 꿈꿨던 걸 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데, 배우로서 가장 큰 축복이라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다.
-두바이에서 가장 높은 버즈 두바이(부르즈 칼리파)에서 고공 액션신을 촬영했다.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에 그런 시도를 하는 게 놀랍다.
=맨 처음 브래드 버드 감독과 빌딩신을 이야기하면서 매우 흥분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장면 아닌가? (웃음) 물론 준비하는 과정은 몇 개월이 소요됐다. 장비를 장착해 훈련도 해야 했고 신체적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실제 촬영할 땐 너무나 즐겁게 찍었다. 그런 장면이 다른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미션 임파서블>만의 장기다. 물론 적지 않은 나이지만(웃음)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장면이고, 관객을 위해서는 내가 직접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우선 관객을 즐겁게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지금까지 해온 원동력인 것 같다.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브래드 버드 감독은 오랫동안 꼭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온 감독이다. 내가 제작하고 출연한 이번 영화가 그의 첫 실사영화라는 사실은 영광이다. <인크레더블>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작품 안에 코미디와 액션을 굉장히 조화롭게 존재하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그런 그의 장점이 이번 시리즈에도 잘 반영됐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해서 무척 만족한다. 그를 통해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늘 영화 세트장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미션 임파서블4> 역시 촬영하는 내내 재미있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몇살 때까지 할 계획인가. (웃음)
=100살쯤 돼서 은퇴할까 한다. (웃음)
-네편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리즈를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영화가 잘되건 못되건 모든 영화 촬영은 매 순간 의미있는 작업이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모든 스탭이 서로의 창의력을 공유하면서 하나로 완성되어가는 게 영화 작업의 백미다. 이런 좋은 결과물을 들고 한국을 다시 찾게 돼 자랑스럽다. 무려 15년 전에 만든 <미션 임파서블>은 내가 처음 제작한 영화였고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리즈다. 그때만 해도 이 시리즈가 어떻게 될지, 나는 또 어떻게 변해갈지 그 미래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의 성공으로 지금의 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이걸 찍을 수 있을까, 그렇게 늘 한계에 도전했고 어느덧 네 번째 작품까지 나왔다. 그것이 가장 기쁘고, 그래서 시리즈를 또 만들 것이며 그 기분을 한국 관객과 나눴으면 좋겠다. 좀 이르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