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제작 팔레트픽쳐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감독 윤종빈 / 출연 최민식, 하정우, 마동석, 조진웅 / 개봉 2월2일
제목만 보면 몇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다. 나쁜 수컷들이 득실거릴 것 같다고? 맞다. 수컷, 그것도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 조폭들이 나오는 영화다.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이 떠오른다고? 맞다. 그렇게 생각한 당신의 나이는 30대 중·후반 이상임이 분명하다. 잠깐. 대체 범죄와의 전쟁이 뭐냐고? 그건 1990년 10월13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하여 범죄와 폭력 등 민생치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특별선언이다. 그 결과 당시 전국의 폭력조직이 거의 와해됐지만 경찰의 실적 위주의 수사와 검거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비스티 보이즈> 이후 거의 4년 만에 복귀하는 윤종빈 감독이 격동의 1980년대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작품이다.
1982년 부산. 나쁜 놈과 나쁜 놈이 만났다. 해고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을 일본으로 밀수출하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둘의 목적은 하나다. 부산의 넘버원이 되는 것이다. 뒷돈받기, 밀수품 꼬불치기 등 모든 걸 입 하나로 해결하는 로비의 신 최익현과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는 카리스마의 소유자 최형배가 힘을 합치면 부산을 접수하는 건 일도 아니다. 화려하게 ‘나와바리’를 넓혀가던 그들의 기세등등함은 딱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기 전까지다. 이때부터 나쁜 놈들의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희대의 두 살인마가 만났다. 최민식(<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과 하정우(<추격자>의 지영민). 익현과 형배가 각자 딴생각을 숨기고 서로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이 영화의 관건임을 감안하면 이들을 연기한 두 배우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조진웅, 마동석, 김성균, 곽도원 등 충무로에서 한 덩치하는 배우들이 두 남자를 도와주거나 노린다. 윤종빈 감독은 “꼰대의 시대, 그래서 더 연민이 가는 시대인 1980년대는 지금과 닮아 있는 것 같다”며 “남자들의 의리와 배신, 욕망과 콤플렉스가 충돌을 빚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2월2일, 수컷 냄새가 제대로 진동할 것 같다.
<하울링>
제작 오퍼스픽쳐스 / 배급 CJ E&M / 감독 유하
출연 송강호, 이나영 / 개봉 2월9일
유하 감독의 차기작이 범죄수사물이라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궁금했다. 그간 그가 한번도 만들지 않은 장르라서? 글쎄. 왠지 그가 만든 범죄수사물은 특이한 소재를 다룰 것 같았고, 남자 형사 콤비가 주인공일 것 같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쌍화점>(2008) 이후 유하 감독이 4년 만에 들고 온 <하울링>은 송강호와 이나영, 남녀 투톱 형사가 극을 이끌어가고, 늑대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범죄수사물이다.
한 도시에서 분신자살사건이 일어난다.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강력계 형사 상길(송강호)은 신참 여형사 은영(이나영)과 함께 수사에 나선다. 조사한 결과 상길은 이 사건이 정교하게 제작된 시한벨트발화장치에 의한 계획된 살인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은영의 생각은 다르다. 은영은 사체에서 발견된 짐승의 이빨자국에 주목하지만 승진에 눈이 먼 상길은 은영의 의견을 무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짐승에 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은영은 첫 사건과 연관성이 있을 거라 짐작하지만 상길은 여전히 단독 수사를 감행한다. 사건의 얼굴에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가면서 두 형사는 단서를 찾아낸다. 피해자들의 몸에 공통된 이빨자국이 늑대개의 소행이라는 사실과 피해자들이 과거 서로 알던 사이라는 것. 티격태격하던 두 형사는 늑대개의 정체를 조사한다.
<하울링>의 송강호를 보면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어리바리하고 감에 의존하는 수사를 한다는 점에서 송강호가 맡은 상길은 <살인의 추억>에서 그가 연기한 박두만 형사와 겹친다. 그렇다면 이나영이 김상경? 굳이 비교를 하자면 특유의 냉철함으로 사건 이면까지 파헤치려는 은영의 모습은 박두만의 파트너였던 서태윤 형사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두 영화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큰일난다. 어디까지나 두 형사의 역할 분담이 그렇다는 뜻이다. 풍문에 의하면 각기 다른 두 형사가 단서를 하나씩 찾아갈 때마다 제 모습을 드러내는 늑대개의 정체가 제법 긴장감이 넘친다고 한다. 그 늑대개의 정체는 뭐냐고? 영화가 공개되는 2월에 알 수 있을 듯하다. 단, 괴물 같은 형체는 아니라고.
+issue
투자배급사 관계자들이 꼽는 2012 기대작
2012년 최고의 기대작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씨네21>은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NEW 등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 관계자 11명에게 2012년 한국영화 기대작은 어떤 작품이냐고 물어봤다. 기준은 자사 영화를 제외한 타사 영화 중 두편을 차등을 두고 선정하는 것이다. 조사 결과 <도둑들> <나는 조선의 왕이다>순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도둑들>을 꼽은 투자배급사 관계자들은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임달화 등 화려한 캐스팅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도둑들>과 <후궁: 제왕의 첩>을 꼽은 CJ E&M 투자사업부 이상무 부장은 “최동훈 감독의 컴백작, 튼튼한 스토리꾼과 초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고, <도둑들>과 <코리아>를 꼽은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투자팀 이진훈 팀장은 “최동훈 감독은 소재를 재해석하는 힘도 세지만 영화를 풀어내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캐릭터를 잘 알고 템포도 좋다”고 평했다.
<나는 조선의 왕이다>를 선정한 관계자들은 ‘이병헌의 복귀작’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어 높은 점수를 줬다. 쇼박스 한국영화 투자팀 김도수 팀장은 “이병헌의 연기변신 기대. 한효주, 류승룡, 심은경, 김명곤 등 나름 탄탄한 캐스팅. 잘 쓴 시나리오”라고 전했고, NEW 한국영화팀 김형철 팀장은 “추창민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이병헌!”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곽경택 감독의 100억원대 블록버스터 <적>과 1991년 치바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남북탁구단일팀을 소재로 한 <코리아>도 많이 언급됐다. <적>과 <내가 살인범이다>를 꼽은 CJ E&M 영업전략팀 박철수 부장은 “100억원대에 이르는 제작비, 곽경택 감독의 복귀작, 현대전의 스케일을 제대로 살릴 것이란 기대(<적>)”라고 말했고, <코리아>와 <나는 조선의 왕이다>를 꼽은 NEW 마케팅팀 박준경 팀장은 “전 연령층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감동 스토리(<코리아>)”라고 말했다. 과연 영화팬들은 어떤 작품이 기대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