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작전명 돌파구, 고래 가족을 구하는 전 세계의 모험
2012-02-16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실화를 영화화한 <빅 미라클> 감독과 출연진을 만나다

얼음바다에 갇힌 고래 세 마리를 구하기 위해 세계가 협동한다. 일개 국가도 아니고 세계라니,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되지만, 사건이 일어났던 1988년이 미국과 소련으로 세계가 양분되었던 냉전시대였음을 감안하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알래스카의 포인트 배로의 얼어붙은 바다에 갇힌 고래 가족의 구조기를 담은 영화 <빅 미라클>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리고 그 사실은 스크린에 첫 장면이 채 영사되기도 전에 관객에게 분명하게 각인된다. 실화에 바탕한 영화들의 경우에는 관객이 이미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덜하기도 하지만, <빅 미라클>에서는 그 사실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1988년 알래스카의 포인트 배로에 지역뉴스를 취재하기 위해 머물던 리포터 애덤 칼슨(존 크래신스키)은 앵커리지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수면이 얼어붙은 혹한의 겨울바다에 갇혀, 예정대로 남쪽으로 이주하지 못한 캘리포니아 회색고래 가족 세 마리를 발견하고 뉴스 영상을 만든다. 한데 이 뉴스는 그로부터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전국적인 이슈가 된다. 아빠 고래에게는 프레드, 엄마 고래에게는 윌마, 아기 고래에게는 뱀-뱀이라는 애칭까지도 붙여진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운동가이자, 애덤의 전 여자친구인 레이첼 크레이머(드루 배리모어)는 뉴스가 방송되기 무섭게 알래스카로 날아와 이슈를 키우고, 알래스카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석유기업도 바지선과 헬기, 가스를 지원하며 구조에 동참한다. 백악관 역시 전 국민이 응원하는 이 구조에 주예비군의 협력을 명령한다. 애초에 이 사람들은 자신이 몸담은 단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이 고래 가족에 관심과 지원을 표시한다. 하지만 여기에 소련 함대가 철옹성 같은 빙벽을 부수는 데 힘을 보탬으로써, 이 사건은 두 세계가 힘을 모은 기적과 같은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하지만 단순히 죽어가는 고래들을 구하는, 일명 ‘작전명 돌파구’(Operation Breakthrough)로 알려진 이 구조작전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이 고래 가족이 첫 전파를 탄 그 순간부터 이 사건은 충돌하는 가치들의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바다에 나가 고래를 사냥하고, 또 고래 사냥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물려줘야 하는 이누이트족과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그린피스, 석유 시추를 위해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기업, 취재를 할 것인가 구조에 손을 보탤 것인가 고민하는 리포터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자연의 영역을 인간이 침범해가면서 생명을 구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까지 존재했다. 하지만 <빅 미라클>은 그 많은 가치의 충돌에 대해서 설교하거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그저 이 고래들을 구하는 일이 미디어의 힘을 얻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여준다.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 고래들에게서 자신들이 보고자 하는 것을 본다. 알래스카에 모여든 150명이 넘는 기자들은 경력을 키워줄 특종을 보았고, 전파로 송출된 이미지를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 어린이는 “숨을 오래 참는 만큼 허파가 크고, 그만큼 사랑도 큰 엄마 고래”를 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희망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기 위해 도움을 구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것. 영화가 그려내는 이 과정을 보며 관객이 볼 수 있는 건 그것이다.

<빅 미라클>은 어른이나 아이관객 모두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억지 감동을 요구하지 않지만, 눈물이 흐르거나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그것은 실화의 힘이기도 하지만, 좋은 각본과 좋은 캐스팅에 더해, 많은 캐릭터에게 공정하게 이야기를 분배하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아우른 켄 콰피스 감독의 역량 덕분이기도 하다. 물론 많은 할리우드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에도 미국 중심주의라는 약점은 있지만, 적어도 그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빅 미라클>에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백악관 비서였던 켈리 메이어스(비네사 쇼, 실존 인물의 이름은 보니 머싱어)와 작전을 지휘한 주예비군의 장군 스콧 보이어(더모트 멀로니, 실존 인물의 이름은 톰 캐럴)가 이 사건을 인연으로 만나 결혼하게 된 사실이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이기에 직접 취재나 주변을 통해서 사실에 가깝게 그려낼 수 있었다고 한다. 존 크래신스키의 말은 결국 이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힘은 “실화”에 기인한다는 사실에 힘을 보탠다. “이 모험을 통해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기 전에, 전화 통화만으로 이미 결혼을 결심했다는 사실은 이 이야기만큼이나 믿어지지 않는다. 만약 내가 이걸 상상해내어 각본을 쓴 뒤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다면?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도 안된다고 했을 것이다.”

<빅 미라클>의 개봉을 한주 앞둔 1월의 어느 날, 켄 콰피스 감독와 출연배우들을 만났다. 그날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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