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드루는 나의 첫 번째 선택이자 유일한 선택”
2012-02-16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켄 콰피스 감독

-(한숨을 쉬며 들어온 감독에게) 힘든가.
=힘들다. 하지만 좋은 의미에서 그렇다. 영화를 만들었던 과정에 대해서 조금 설명하고 싶은데 괜찮은가? <빅 미라클>은 자료를 공부하는 것으로 영화 준비를 시작했다. 1988년 10월 포인트 배로에는 155명의 기자가 모였다. 방송사 아카이브로 가서 당시 뉴스릴을 보는 것이 그 출발이었는데, 말 그대로 몇톤이나 되는 비디오테이프들이 쌓여 있었다. 영화에서 고래들은 세 가지로 표현되었는데, 배우들과 연기할 때는 애니매트릭스였고, 바다 아래에서는 컴퓨터그래픽, 그리고 뉴스 영상에서는 실제로 당시에 촬영된 뉴스릴 일부분을 이용하기도 했다. 컴퓨터그래픽 외에도 고래가 숨쉬면서 물을 뿜을 때 추위 때문에 얼음이 되어 뿌려지는 효과도 그래픽이었다.

-추운 알래스카에서의 촬영은 어떤 경험이었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가 아마도 100% 알래스카에서 촬영한 첫 스튜디오 제작 영화일 것이다. 포인트 배로가 정확한 장소이기는 하지만 촬영은 앵커리지의 세트에서 진행했다. 세트라고는 해도 도시가 보이지 않도록 넓은 눈밭에 얼음판을 만든 거였다. 시작할 때만 해도 10월이고, 여러 도시에서 직항 비행기가 있을 정도로 날씨가 혹독하지 않았는데, 날씨가 추워지고 취항편수도 줄어들면서 점점 힘들어졌다. 그냥, 영화 찍기에 친절한 환경은 아니었다고 말해두자. 하하.

-이 영화는 그냥 가족영화라기에는 정치, 경제, 환경 등 여러 가지 관련된 주제를 건드린다.
=영화에 출연한 보조출연자들의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었고, 고래를 포획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처음부터 특정한 시점에 무게를 두면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레이첼(드루 배리모어)이 이누이트 사람들과 토론하는 장에서, 정확하게 어떤 대사를 서로 주고받게 될지 양쪽에 알려주지 않았다. 살아 있는 반응을 담고 싶었다. 레이첼이 조금 억지스럽고 유치해 보이는 건 설정이지만, 어느 가치에 대해서도 평가하거나 연출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첼과 애덤이 이누이트 소년과 함께 식당 테이블에서 스크래블 게임을 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데,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고래를 구하고 싶고 아끼는 서로의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확인하는 장면이다.

-많은 여배우들이 레이첼 역할을 탐낸 걸로 알고 있다.
=드루는 나의 첫 번째 선택이자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 이어 두 번째로 그녀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 강한 동시에 연약한 모습이 영화 속 레이첼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른 여배우들도 훌륭했겠지만, 조금 억세 보일 것 같았고 관객과의 공감도 줄어들 것 같았다.

“열정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드루 배리모어 인터뷰


-이 영화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감독이 스크립트를 보내왔을 때 마음에 들었나. 감독이 스크립트를 보낸 게 아니라 내가 우연히 보게 되어 감독을 쫓아다녔다고 하는 게 맞다. 이야기가 너무 좋았고, 진짜라고 믿기 힘들었다. 놓칠 수 없지 않나.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모두의 이야기인 동시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같은 사건이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와 경험이 된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원하는 걸 보면 갖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인가보다.
=물론이다. 인생은 짧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루 24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거다. 열정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은 레이첼과 그런 점에서 포개어지는 것 같다. 화장기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 은 어땠나.
=환경운동가인데 진한 메이크업에 글래머러스한 옷차림이라면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았다.

-환경운동가 역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엄청난 양의 자료를 읽었다. 신디 로리(드루 배리모어가 연기한 레이첼 크레이머 캐릭터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가 걸었던 길을 발로 걸었고, 여행했던 곳을 여행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린피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켄(콰피스)이 내게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으라고 했는데, 다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은 한 가지였다. “맙소사, 켄은 정말 똑똑한 감독이로구나.”

-감독으로서 새로 준비하는 영화가 있나.
=다음 작품을 찾는 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왜 배우가 배우로 가만히 있지 못하냐고 묻지만,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이 산업에서 일했고, 여기서 더 성장하고 싶은 건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작이나 연출에 도전하는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영화 말고 당신은 어떻게 성장하려고 하는가.
=사진을 찍은 지 꽤 오래됐다. 12년쯤 됐다. 전문가 수준도 아니고 프로로 활동한 적도 없지만, <VS> <V>에 내 사진을 실은 적이 있고, <베니티 페어>에 정기적으로 한 페이지씩 사진을 내고 있다. 말하지만 나의 3가지 V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사진이다. 영화처럼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차기작은 내가 각본 쓰고 구스 반 산트가 연출한다”

존 크래신스키 인터뷰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모두가 사랑하는 고래와 함께 영화에 출연하는 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하하) 농담이다. 처음에 스크립트를 읽고 다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믿어지지는 않았다. 한데 실화였다.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그 사건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그 뒤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

-출연하기 전에 공부라니,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 에밀리(블런트)를 잃을 수도 있겠다.
=(하하) 맞다. 그거 아나? 에밀리가 나보다 더 바쁘다.

-알래스카에서의 촬영은 어땠나.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촬영을 시작할 땐 그렇게 춥지 않았다. LA에서보다 스웨터 몇장을 더 걸치면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겨울이 되자, 정말로 엄청나게 추워졌다. 얼음판 위에 서 있으면, 발이 꽁꽁 얼어붙어서 그 위로 뭐가 떨어져도 잘 모를 것 같았다.

-이누이트 소년의 할아버지 역할로 출연한 배우는 실제로는 배우가 아니라고 들었다.
=그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뱀이 죽은 뒤 얼음 위에 무릎을 꿇고 그가 노래를- 아마 고래를 사냥한 뒤 그 영혼을 기리며 부르는 노래인 것 같은데- 부른 건 각본에도 없었던 즉흥적인 부분이었는데, 모두가 동참해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었다.

-보통 당신은 인터뷰의 대상이다. 영화에서 기자가 된 건 어떤 경험이었나.
=사실, 그게 내가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큰 부분이다. 작은 이야기가 미디어를 거치며 예상하지 못한 반향을 이끌어내고, 예상하지 못한 도움을 받게 된다. 뉴스를 보는 건 나에게 여러모로 많은 영감을 주었다. 왜냐하면 내 캐릭터만 유일하게 실존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그 당시 포인트 배로에 모였던 기자들의 이런저런 면면이 모인 인물이다. 다른 캐스팅들과는 다르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특정한 한 사람이 내게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건을 발견하고 키워낸 미디어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 나의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실화에 근거하지만 영화다 보니 없는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는 것처럼 각색을 어느 정도 피할 수는 없다. 사실 그대로를 영화에 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레이건이 고르바초프에게 도움을 구하려 전화했을 때 “고르비”라고 친근하게 불렀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는 그걸 믿는다.

-당신이 쓴 각본이 영화화된다.
=맞다. 믿어지나? 구스 반 산트가 메가폰을 잡는다. 제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맷 데이먼이 출연하고 나도 출연한다. 소도시에 도착한 세일즈맨이 인생이 바뀔 만한 경험을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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