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장편영화 <디센던트>를 들고 7년 만에 돌아온 알렉산더 페인을 향한 구애가 뜨겁다. ‘로튼토마토’의 ‘톱 크리틱’ 41명 중 ‘글쎄올시다’라고 의견을 표명한 이는 4명에 불과하다. 관객 만족도 또한 82%에 달한다.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디센던트>는 그 기세를 몰아 오스카에서도 5개 부문(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향 오마하(<시민 루스> <일렉션> <어바웃 슈미트>)를 떠나 캘리포니아(<사이드웨이>)를 거쳐 하와이(<디센던트>)로 날아간 알렉산더 페인은 이번 여행에서 어떤 군상을 우리 앞에 내놓았을까. <디센던트>의 캐릭터와 얼개를 살펴보고, 알렉산더 페인과 조지 클루니의 짧은 대화를 덧붙였다.
1990년대 말, ‘뉴 뉴웨이브’(new new wave)라 불리는 일군의 감독들이 있었다. 워쇼스키 형제, 폴 토머스 앤더슨, M. 나이트 샤말란, 데이비드 O. 러셀, 브라이언 싱어, 가이 리치, 바즈 루어만, 스파이크 존즈, 대니 보일 등등. <일렉션>(1999)을 내놓은 알렉산더 페인도 ‘뉴 뉴웨이브’ 그룹의 어엿한 일원이었다. 이들이 21세기 할리우드를 이끌 재목이라는 예상은 거의 틀리지 않았고, 선배 세대들과 달리 하나의 교집합으로 묶이지 않는 그들의 장기와 개성은 2000년대 중반 들어 휴면 상태였던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여러 개의 분화구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할리우드 시스템의 리빌딩 과정에서 알렉산더 페인은 언제나 주목받는 이름이었다. <어바웃 슈미트>(2003)에 이어 <사이드웨이>(2004)까지, 알렉산더 페인은 평단의 호응과 관객의 지지를 연달아 거머쥐었다. 익히 잘 알려진 일화. <어바웃 슈미트>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뒤 알렉산더 페인은 몸값 비싼 배우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았다. <사이드웨이>의 주인공 역을 따내기 위해 브래드 피트, 러셀 크로, 에드워드 노튼, 조지 클루니가 줄을 섰다. 하지만 알렉산더 페인은 스타들의 구애를 덥석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렉산더 페인의 미팅 요청에 오토바이를 몰고 곧장 달려왔던 조지 클루니는 심지어 “제발 그 역할을 포기해달라”는 거절의 말까지 들어야 했다.
알렉산더 페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디센던트>가 2011년에야 완성됐다는 사실은 그래서 의아하다. 그사이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파리>(2006)의 한 에피소드를 연출했고 <척 앤 래리>(2007)의 각본을 썼다지만, 거침없던 페이스를 감안할 때 7년이라는 시간은 예고됐던 충전이 아니라 이례적인 공백에 가깝다. “나는 항상 영화화할 아이디어를 찾아왔다.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노력에 있어 가장 고된 부분이다.” 알렉산더 페인은 <디센던트>의 원작인 카우이 하트 헤밍스의 동명 소설을 2007년에 발견했으며, 이후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겨 담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하지만 <디센던트>는 애초 스티븐 프리어스가 연출하기로 되어 있었다. 당시 알렉산더 페인은 대규모 예산의 SF코미디 <다운사이징>(Downsizing)의 시나리오를 매만지고 있었고, <디센던트>의 적임자는 스티븐 프리어스가 아니라 알렉산더 페인이라는 주변의 수군거림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제적 곤궁에 처한 한 남자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신체축소술을 감행한다는 내용의 <다운사이징>이 제작비 문제로 좌초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알렉산더 페인의 귀환은 더욱 늦춰졌을 것이고, 관객은 그의 이름을 잊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