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로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아
2012-02-22
글 : 김은정 (로마 통신원)
<웰컴 투 남부> 속편, 이탈리아 남부인의 북부 생활 담은 <웰컴 투 북부>

이탈리아영화가 이탈리아인들을 사로잡았다. 신작 <웰컴 투 북부>(Benvenuti al Nord, 사진)가 이탈리아의 신년을 뒤흔들었다. 지난 1월18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3주 만에 1500만유로의 흥행 성적을 거두며 이탈리아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 기록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웰컴 투 북부>는 이탈리아 북부인의 남부 생활을 그려 이탈리아에서만 2100만유로의 수익을 거둔 루카 미니에로 감독의 <웰컴 투 남부>(Benvenuti al Sud)의 속편이다. 원래 <월컴 투 남부>는 2008년 프랑스 최고 흥행작이었던 <웰컴 투 슈티>(Bienvenue chez les Ch’tis)의 리메이크작으로, 이탈리아 북부에 살던 우체국 직원이 살레르노 근처의 ‘카스텔라바테’라는 소도시에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이탈리아 북부 사람들이 가진 남부 지역에 대한 기존 관념들(억센 사투리, 가난, 게으름)과는 다른 남부지역의 평온함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여준 덕이었다. 반면 <웰컴 투 북부>에서는 이탈리아 남부 사람(원체 이탈리아 남부 남자들이 그러하듯이)이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나태한 삶을 살고 있다가, 자신의 아이를 낳았어도 의존적인 삶을 버리지 못해 부인에게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북부의 밀라노로 전근을 간다. 그때부터 영화는 남부 사람 특유의 따뜻함과 인간적인 정신을 소유한 주인공이 인위적이고 차가운 북부의 환경과 대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인들을 사로잡은 두 코미디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정서적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각 지역은 별개의 도시국가로 발달했기 때문에 지역간에 상당히 이질적인 요소가 많다. 특히 남과 북은 더욱 그러하다. 북부 사람들은 키가 크고 금발이 많은 반면 남부 사람들은 키가 작고 머리카락이 검은 사람이 많다. 로마를 중심으로 한 북부 도시들은 경제적으로도 훨씬 발달해 있지만, 남쪽 지방으로 갈수록 과연 선진국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 많다. 이처럼 경제, 문화, 지리적 성향이 다른 남과 북을 아예 다른 국가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을 정도다.

<웰컴 투 남부>에 이어 <웰컴 투 북부>가 이탈리아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남과 북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영화를 보면 북부는 차갑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고 남부는 가난하고 더러운 지역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해학

루카 미니에로 감독 인터뷰

-코미디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이탈리아 코미디의 진미라고 할 수 있고,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다 알 만한 <토토와 페피노 그리고 나쁜 여자>(Toto, Peppino e la Malafemmina, 1956)는 나에게 많은 감동을 준 영화였기 때문이다. 삶은 고통이고,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해학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남과 북은 어떻게 다른가.
=북부를 교통체증, 바쁨, 경직, 안개낌으로 표현한다면 남부는 태양, 편안함, 쾌활함, 피가 흐름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기후의 영향은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을 변하게 하지 않는가? 남과 북의 정치적인 대립은 최근의 일이다. 반면 문화적 차이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탈리아는 예나 지금이나 전통과 묶여 있다. 이 영화를 촬영하며 정치나 사회문제의 대립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문화나 문화를 의식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북부에 산다고 해서 24시간 동안 차가운 것은 아니지 않나?

-남과 북을 가르자고 주장하는 북부연맹의 당수인 움베르토 보시의 부인도 시칠리아 사람인 걸로 안다.
=그렇다. 그도 명절에는 남부에 가지 않을까? 정치적인 것은 겉모습에 불과할 뿐이다. 이탈리아는 남과 북 말고도 각 도시가 갖는 특성들이 많다. 정체성은 나의 주요 관심사이며 정체성을 가지고 책도 썼다. <나폴리: 밀라노 톨게이트부터 톨게이트까지> (Napoli-Milano da casello a casello)는 사람들의 습관, 표정, 사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많이 사서 보시길!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