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대하라 <해리포터>의 왕좌를 탈환하리니
2012-04-05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열렬한 팬덤 업은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시리즈 잇는 시리즈물 될까

예년이라면 평범한 수준의 애니메이션 혹은 중박을 기대하는 액션 스릴러를 개봉하며, 곧 시작될 블록버스터 시즌을 위해 숨고르기 중이었을 3월 넷쨋주 극장가를 두고 할리우드는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 때문이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모킹재이>로 이어진 수잔 콜린스의 3부작 소설 중 첫편을 영화화한 <헝거게임>은, 2009년 라이온스게이트에서 4부작 프랜차이즈로의 제작을 발표했을 때부터 쏟아진 관심과 열기를 2012년 영화의 개봉까지 고스란히 끌고 온 화제작이다. 원작이 2300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라는 점도 기대의 주범이었지만, 그보다 독자의 대부분이 젊은 여성층이며 소설에서 여주인공을 사모하는 두 남자가 있다는 점 때문에 <헝거게임>은 처음부터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빈번하게 비교됐고 그러한 비교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쏟아지는 기대로만 따져도 <헝거게임>은 제2의 <트와일라잇>은 물론이고, 한동안 번성했던 프랜차이즈 영화가 소강상태에 이른 지금, <해리 포터> 시리즈가 비운 왕좌를 노리는 신성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SF장르로 분류되겠지만 액션, 어드벤처, 드라마,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이야기에, 리얼리티 TV쇼에 대한 현대인의 과도한 애정과 99%와 1%가 대립하는 미국, 혹은 전세계의 현실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현실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헝거게임>을 “우리 시대를 위한 단 하나의 SF영화”라고 호평한 데에는 현실과 공명하는 이야기의 매력이 클 것이다.

<헝거게임>은 미래의 디스토피아 판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반복된 전쟁을 마치고 마침내 독재정권을 통해 안정에 이른 이 나라는 해마다 ‘헝거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행사를 벌인다. 수도인 캐피톨을 제외한 12개 구역에서 12살 이상 18살 이하의 남녀를 1명씩 제비로 뽑아 게임에 출전시키는데, 이 게임에 출전하는 24명의 트리뷰트들은 단 한명이 살아남는 그 순간까지, 다시 말하면 23명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사투는 텔레비전을 통해 판엠의 구석구석에 24시간 생방송된다.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은 제비뽑기에서 뽑힌 여동생 프림로즈를 대신해 12구역의 트리뷰트로 자원한 소녀다. 캣니스와 함께 12구역에서 뽑힌 소년은 피타(조시 허처슨)라는 동갑내기로, 둘은 캐피톨로 불려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상식을 배우고, 전투훈련을 받으며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닦여지고 꾸며져서는 자신들을 후원해줄 사람들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트리뷰트들의 정보를 수집해 승부에 베팅을 하고 후원금으로 비상식량이나 물 등을 보내줄 수 있다. 인기가 많을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확률의 신이 언제나 너의 편이기를.” 영화에서 헝거게임에 출전하는 트리뷰트들에게 캐피톨 사람들이 후렴구처럼 덧붙이는 말이다. 당사자들에게는 신의 가호라기보다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에 가깝게 들릴 것이 분명하다. 라이온스게이트가 <헝거게임> 3부작을 영화화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같은 마음으로 행운을 빌었을지 모른다. 원작을 각색해 영화로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경기장에 갇혀 서로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절대로 각색되거나 윤색될 수 없는 원작 속의 기본 설정은 첫 번째 관건이었다. 영화에서 그려낼 폭력의 수위에 따라, PG-13등급에서 멀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PG-13등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박스오피스에서의 수익도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원작의 인기에서 비롯된 엄청난 관심이었다.

“<헝거게임>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헝거게임> 영화에 우리가 바라는 8가지” 등 영화화 소식이 발표되기 무섭게 팬사이트는 기대와 우려로 넘쳐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사람들이 이미 <헝거게임>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실 <헝거게임>의 테마들은 관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헝거게임> 속 캣니스와 피타, 게일(리암 헴스워스)이 이루는 삼각관계를 놓고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비교했고,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플롯을 두고는 후카사쿠 긴지의 <배틀 로얄>을, 리얼리티 TV쇼에 대한 접근에서는 스티븐 킹의 <런닝맨>을, 경기장인 숲에서 아이들이 드러내는 잔인성을 두고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거론하면서까지 비교를 멈추지 않았다. 캣니스의 시점에서 서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두드러졌던 원작의 소녀적인 감성도 영화관을 찾을 다양한 관객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변형되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개봉 전부터 달아오른 <헝거게임> 원작 팬들

결과부터 말하면, 영화는 소설을 충실하게 반영했으며 효과적으로 각색했다. 영화의 상영시간은 소설의 전개를 따라 할당되었고, 중요한 대사나 장면들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각색은 원작자인 수잔 콜린스가 맡았는데, 원작에서는 그려지지 않았던 게임의 통제실 장면이나 대통령인 스노우(도널드 서덜런드)의 장미정원 장면 등이 추가되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조명하는 것 역시 성공했다. 또한 생존본능이 투철한 전사와 사랑과 분노의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소녀 사이를 오가는 캣니스의 독백에서 벗어남으로써 다양한 관객층이 즐길 수 있는 영화로 탈 바꿈했다. 소설에서 캣니스가 자신의 모습이 카메라에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장면들이, 영화에서는 실제로 TV화면의 클로즈업이나 그 화면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숏으로 이어지는데, 관객은 그 장면들을 통해 영화가 아닌 헝거게임을 구경하는 관중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고, 영화에 한층 몰입하게 될 것이다. 콜린스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책과 영화는 각각 독립적인 작품인 동시에,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완성했다”며 흡족한 마음을 전했고, 글로 묘사된 판엠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제작진에 공로를 돌렸다.

영화의 연출은 <플레전트빌> <씨비스킷>을 만든 게리 로스 감독이 맡았다. 로스 감독은 <헝거게임>의 제작이 발표된 뒤로부터 1년이 지난 2010년에 감독으로 호명됐는데, 그는 영화화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제작자와 연락을 취하고, 영화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등 적극적으로 감독 자리를 얻기 위해 로비를 했다고 알려졌다.

<헝거게임> 원작 소설을 10대인 그의 두 아이들로부터 소개받은 뒤 이야기에 푹 빠진 로스는, <헝거게임>만큼은 프로덕션 디자인까지 세세하게 설정한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오디션을 준비했다. 프로듀서인 니나 제이콥슨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계기는 로스 감독이 직접 소설의 팬들과 만나 <헝거게임>에 대해 나눈 대화를 촬영해온 다큐멘터리 영상 때문이었다고 한다. “게리는 <헝거게임>의 팬들과 책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이야기하는 비디오를 가지고 왔다. 영화는 이미 그 대화 안에 다 있었다. 게리는 처음부터 캐릭터와 테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만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헝거게임>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캣니스 에버딘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일 것이다. 스탠리 투치, 엘리자베스 뱅크스, 레니 크래비츠, 도널드 서덜런드 등 화려한 조연 캐스팅도 돋보이지만, 상영시간의 90% 이상 등장하는 제니퍼 로렌스야말로 <헝거게임>의 꽃이다. <윈터스 본>에서 로렌스가 연기한 리 돌리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캣니스는 지혜롭고 총명한, 최근 영화나 TV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영웅으로, 그동안 영웅을 기다려온 관객의 목마름을 씻어주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캐릭터다. 제니퍼 로렌스에 따르면,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캣니스가 자신의 남자친구가 누군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생존과 혁명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어째서 로렌스만의 즐거움이겠는가? <토털필름>은 로렌스를 두고 “제대로 과녁을 겨냥한 명사수”라고 감탄했으며, 영화에 대해서는 “놀라운 점은, 촌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싸구려 특수효과도, 군더더기가 많은 대사도, 발연기도 없다. <트와일라잇>이 아니다”라고 평해, 꾸준히 이어진 <트와일라잇> 시리즈와의 비교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크린데일리>는 “카메라는 로렌스의 표정, 표현, 제스처 하나라도 놓칠세라 접착한 듯 따라다니며,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고 호평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도 로렌스를 두고 “소설에서 나온 듯”한 “이 영화의 별”이라고 추어올렸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뛰어넘을까

인터넷 뉴스들이 전하는 업계 소식은, <헝거게임>의 첫주 개봉성적을 최소 7천만달러에서 최대 1억달러까지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온라인 티켓예매사이트 '판당고' (Fandango.com)는 <헝거게임>의 사전 예매율이 <트와일라잇: 이클립스>가 2010년에 수립한 최고 사전 예매기록을 경신한 83%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상영횟수로만 따지면 2천회에 이르는 영화표가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매진된 것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기대에 발맞추어 프랜차이즈 제작 계획도 순풍을 만났다. 현재 2편인 <캣칭 파이어>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127시간>의 각본을 쓴 사이먼 보포이가 각색을 맡아 작업 중이며, 게리 로스 감독도 2편의 메가폰을 잡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제니퍼 로렌스, 조시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우디 해럴슨 등 주요 배우들이 앞으로 만들어질 세 영화에 모두 출연하기로 도장을 찍은 것은 물론이다.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탄생이고 영리한 엔터테인먼트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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