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아이들에게 휴머니티를 묻는 드라마”
2012-04-05
글 : 안현진 (LA 통신원)
게리 로스 감독 인터뷰

 “솔직히, 왜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비교되는지 모르겠다. 둘 다 인기가 있다는 거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게리 로스 감독은 <헝거게임>과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비교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2012년 3월3일, 아직 편집을 다 마치지 못해 인터뷰가 끝나는 즉시 돌아가야 한다는 감독은 불안한 기색도, 기대하는 기색도 없었다. 할 일을 다 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에게 영화를 어떻게 보았냐는 흔한 질문도 하지 않고, 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를 소신있게 답하고는 총총히 자리를 떠난 게리 로스 감독과의 짧은 대화를 전한다.

-원작의 어떤 점이 당신의 관심을 끌었나.
=<헝거게임>은 여러 가지를 시험대에 올려놓는 이야기다. 1차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향유하는지, 그것들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소설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수잔(콜린스)은 로마 시대에 원형경기장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었던 점에서 소설의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이 영화를 통해 현대 미디어가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서 흥미로운 경고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저변에는 휴머니티에 대한 드라마가 있다. 캣니스는 처음에는 연약하고 도덕적이지만, 결국 생존을 위해 해야 할 것을 하되 살상을 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헝거게임>이라는 이야기가 애초에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잔인한 이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

-<헝거게임>을 당신의 아이들이 추천했다고 들었다.
=맞다. 아이들이 먼저 읽었고, 나는 그다음에 읽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장할 만한 도서가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헝거게임>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 그 문제를 올바른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다루는 주인공을 제시하는 소설이다. 현실 도피도 없다. 다른 훌륭한 문학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끔씩 현실을 현실이 아닌 다른 곳이라고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책은 독자가 새로운 곳에 뿌리내릴 필요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쓰여졌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처럼 들린다.
=이제까지 내가 관련된 모든 작업이 내게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다. 나는 영화를 꾸준히 만드는 편은 아니다. 그저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기 위해 영화작업을 하는 것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건 너무 힘든 일이다. 하지만 <헝거게임>은 매력적이었고,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성적이고 자극적이며 흥미로운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오락적으로 훌륭한 영화라 할지라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쉬었다가) 이 영화가 오락적인 면에서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아니다.

-이른바 ‘양복쟁이’들과 감독의 의견이 맞지 않아 일어난 충돌은 없었나? 12살 아이들이 서로를 죽이는 이야기이다 보니 쉬웠을 것 같진 않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이전에 프로듀서인 니나 제이콥스가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 스튜디오를 설득해놓았다. 10대들이 서로를 죽여야 하는 기본 플롯에 대해서 넌지시 걱정을 표해오는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지만, 선정성이 지나치면 관객은 뒤로 물러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는 관객이 받아들일 만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 그 점에서 나는 관객이 캣니스의 입장이 되어 영화를 볼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럼 등급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건가.
=문제? 몇번의 토론은 있었다. 우리끼리는 가끔 PG-13이 아니라 PG-15라고 농담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13살 아이들이 관람하기에 부적절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영화 등급 시스템을 지지하는 사람 중 하나다.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나 역시 부모다. PG와 PG-13은 분명히 다르다.

-제니퍼 로렌스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실제로 제니퍼를 만나기 전에 그녀가 출연한 영화 몇편을 먼저 봤는데, 거기서 제니퍼는 완전히 나를 사로잡았다. 다른 모든 배우들을 다 지워버릴 만큼 마음에 들었다. 당장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첫 만남에서 그녀는 말 그대로 끝내줬다. 오디션은 거짓말처럼 좋았다. 그녀가 대본을 읽었을 때, 나는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도 않은 내 영화를 이미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메릴 스트립처럼 견고하고 진지한 커리어를 가질 어린 여배우를 보았다. 아직 제니퍼를 못 만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에너지와 힘이 넘친다. 허튼수작이나 거짓 태도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제니퍼에게서는 에두름없이 생생한, 가공되지 않은 자신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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