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낯설지만 친밀한 우리 삶의 모습들
2012-04-04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100편의 시네마 오디세이 Part2: 친밀한 삶, 4월2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영화사의 걸작 100편을 선정하여 상영하는 ‘100편의 시네마 오디세이’를 선보인다. 1월과 2월에 part1에서 ‘유토피아로의 여행’이라는 부제로 총 8편이 상영되었으며 3월27일부터 4월22일까지 ‘친밀한 삶’이라는 부제로 part2가 개최된다. 편수도 총 19편으로 늘었으며 그만큼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알렉상드르 아스트뤽의 <여자의 일생>이다. ‘카메라 만년필설’을 주창해 작가주의 이론의 토대를 만들었던 아스트뤽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모파상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로 국내에선 처음 상영된다. 아스트뤽의 작품 이외에도 자크 베케르와 로베르 브레송부터 자크 리베트, 알랭 로브그리예를 거쳐 모리스 피알라와 필립 가렐에 이르기까지 현대 프랑스영화의 흐름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번 기획전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미치광이 같은 사랑>은 자크 리베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자크 리베트는 어떻게 보면 누벨바그 감독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이었고 앞서 나갔으며 영화라는 매체와 창작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했던 감독이다. 영화는 연극의 리허설 과정을 배경으로 하며 연출자이자 남자주인공인 남편과 여주인공인 아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 속 연극의 이야기와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복잡하게 펼쳐진다. 연극 무대를 영화의 주요 공간으로 활용하고 즉흥창작과 집단창작을 선호했던 그의 성향이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포스트 누벨바그의 대표 주자인 모리스 피알라의 <대학부터 붙어라>는 피알라 초기, 주변부적인 삶과 일상에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시대와 사회를 해영화제부하면서도 그러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감정과 정서를 깊이있게 표 현하는 그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자크 베케르의 대표작인 <황금 투구>에서는 인간에 대한 정밀한 베케르식 관찰과 그만의 인물 창조를 느낄 수 있으며 필립 가렐의 <더 이상 기타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놓치기 아까운 수작 중 하나다.

<석류의 빛깔>

또한 이번 기획에서는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대표작인 <석류의 빛깔>과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 <수람 요새의 전설> 3편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석류의 빛깔>은 석류의 빛깔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영화는 아르메니아의 음유시인인 사야트 노바의 일생을 보여주지만 전형적인 내러티브에 의존하지 않는다. 여타의 영상문법에서 벗어나 직관과 조국인 그루지야의 민족적인 정서와 예술의 전통 위에서 쌓아올린 그의 영상 언어는 그만큼 독특하고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수많은 감독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고 영감을 받았지만 오직 그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영상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봐야지만 알 수 있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일 것이다.

조셉 로지의 <하인>과 <사랑의 상처>도 관객을 기다린다. 조셉 로지의 작품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은 폭력, 타락, 퇴폐, 충동 등등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인>에서 주인인 토니와 하인인 바렛의 관계는 역전되며 토니는 타락한다. 노예근성은 하인뿐만 아니라 주인의 것이기도 하며 타락은 이러한 보편적 노예근성의 충동의 징후로 나타난다. 로지는 사실주의적인 행동의 폭력성과 정반대되는 인물들에게 배어들고 채워지는, 인간에게 내재된 근원적인 폭력성을 다룬다. 두 작품 다 로지의 그러한 성향이 잘 표현된 긴장감 넘치는 수작들이다.

언급한 작품들 외에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나 안제이 바이다, 칼 드레이어의 작품들부터 마스무라 야스조, 몬테 헬만, 찰스 버넷, 테렌스 데이비스의 작품들까지 많은 수작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낯설면서도 친밀한 다양한 우리 삶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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