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과 <고지전>을 보고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훈은 신선한 발견이다.” 그가 옳았다. 아니, 그 누구라도 2011년 최고의 신인이 이제훈이란 데 토를 달 수 있었을까. <파수꾼>으로 사뿐하게 뛰어올라 <건축학개론>으로 멋지게 착지한 이제훈의 지금은 앞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푸르다. 현재 드라마 <패션왕>에서 까칠한 재벌남 정재혁을 연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제훈의 진짜 매력은 순진한 미소에 있다. <파수꾼>의 19살 기태와 <건축학개론>의 대학 신입생 승민이 풋풋해서 더 아팠던 지난날에서 건져올린 우리의 모습 같았던 것도 그 미소 때문이 아닐까. <고지전>의 어린 중대장 신일영은 또 어떤가. 끝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애록고지에서 서서히 아편에 중독되어가는 그의 모습은 전쟁의 광기와 닮아 있었다. 그런데 이 배우가 원래는 생명공학도였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연구실에서 생명연장(?)의 비밀만 풀기엔 자신의 끼와 외모가 너무 아까웠다는 걸 그도 알았는지 돌연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이제훈의 선택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이후 연극과 독립영화 사이를 오가며 쉼없이 연기에만 매진한 까닭에 29살까지 군대 갈 틈도 없었다는 이제훈. 현빈과 강동원을 보내며 이젠 면역이 됐을 만도 한데 영화도, 우리도 아직 그를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관전 포인트 ◆ 스키니 팬츠가 예쁘게 착 감기는 월등한 기럭지를 보고 있노라면 이제훈의 출생지가 학마을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적당히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복근, 여기에 하나 더 보태서 슬림한 허리까지. <고지전>에서 그의 상의 탈의장면에 소리지른 여자가 비단 한두명이겠나. 무엇 하나 빠지지 않지만 그의 진짜 매력은 보송보송한 맑은 피부와 적당히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나쁜 남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순수한 미소에 있다.
절대유형 ◆ 박해일의 뒤를 이를 밀크보이가 있다면 단연 이제훈이 아닐까. 철없고 천진난만하지만 작은 상처에도 곧바로 몸을 움츠릴 것 같은 연약함이 보호본능을 물씬 자극하니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제훈은 고단수일지 모른다. 손만 잡아도 얼굴이 빨갛에 타오르던 <건축학개론>의 승민이 짝사랑하는 그녀에게 도둑키스를 하는 그때 그 순간을 보라. 이런 대범함이야말로 철저히 계산되었을지 모른다. 인생선배 언니들은 이런 남자야말로 진짜 조심해야 할 남자라고 알려주지 않았던가. 참으로 아찔한 순진함이다.
캡처하고 싶은 순간 ◆ 김조광수 감독의 <친구사이?>에서 군대 간 애인을 면회 온 남자를 기억하는가. 초조하고 수줍은 표정으로 애인을 기다리던 예쁘장한 그 남자, 환한 여관방에서 애인과 섹시하게 키스를 나누는 그 남자가 바로 이제훈이란 사실을 아는가. 상의가 조금씩 벗겨질수록 짠하고 등장하는 복근도 놀랍지만 햇살이 예쁘게 쏟아지던 그 좁은 방에서 아슬아슬하게 이제훈과 키스를 나누던 연우진이 부러워 괜히 먼 산 한번 쳐다보고 한숨 한번 내쉬어봤다면 이제훈과 연우진이 키스를 나누던 그 순간이 바로 가슴속에 담고 싶었던 그때다.
공략 포인트 ◆ 먼저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와 친해져야겠다. 납뜩이가 공부하는 독서실에 잠입하는 거다. 납뜩이 앞에서 일부러 지갑을 떨어뜨리면서 우연을 가장해 그와 친해진다. 이러라고 부모님이 낳아주시고 길러주시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갖 애교를 부리며 납뜩이의 싱숭이, 생숭이 자리를 차지한다. 그 순간 납뜩이에게 음료수 하나 건네며 승민의 전화번호와 집주소 좀 알려달라고 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팩소주 하나 마시고 승민의 집 앞에 찾아가 그를 불러낸 다음 그를 벽에 밀쳤다가 뒤돌아서는 거다. 여기서 포인트는 아무 말도 않고 돌아서는 당신의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