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도판 <아이 엠 셈> <하늘이 보내준 딸>
2012-04-18
글 : 송경원

크리쉬나(치얀 비크람)는 6살의 정신연령을 가진 지적장애인이다. 아내와 사별한 뒤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며 혼자 딸아이를 키우는 그의 생활은 가난하지만 만족스럽다. 다섯살 난 소중한 딸 닐라(사라 이준)는 아버지의 무한하고 순수한 애정 속에서 영특한 아이로 자랐고,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아내의 가족들이 나타나 크리쉬나의 지적장애를 이유로 닐라를 강제로 데려가고 양육권마저 빼앗아가려 한다. 하루아침에 딸과 생이별하게 된 크리쉬나는 신출내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딸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한마디로 인도판 <아이 엠 샘>이다. 기본 설정, 이야기 전개, 캐릭터, 결말까지 판박이다. 이 정도면 리메이크를 넘어 번안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이 엠 샘>의 감동이야 이미 검증되었지만 이를 옮긴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그만큼의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하늘이 보내준 딸>은 영리한 선택을 했다.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적이었던 <아이 엠 샘>처럼 이 영화 역시 인도의 국민배우 치얀 비크람과 연기신동이라는 아역 사라 이준의 연기력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다 아는 빤한 이야기일지라도 감성에 직접 호소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것인데,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제법 유효하다. <아이 엠 샘>에 비해 법정 분쟁 과정에 좀더 힘을 실은 것 또한 이야기의 선악구도를 좀더 선명하게 만들어 크리쉬나의 순수한 사랑을 부각하기 위한 선택이다. <아이 엠 샘>보다 덜 세련된 대신 더 솔직하고 그만큼 감정의 진폭은 더 크다. 다만 전체적으로 장면의 만듦새가 헐겁고 162분에 이르는 상영시간을 115분에 맞춰 줄이는 과정에서 무리한 편집을 한 탓에 흐름이 종종 깨져 몰입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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