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검은 스파이 옷을 입고 돌아온 짱구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태풍을 부르는 황금 스파이 대작전>
2012-04-25
글 : 김성훈

짱구가 검은 스파이 옷을 입고 돌아왔다. 악의 무리로부터 지구를 지키겠다는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건 절대 아니다. 순전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액션 가면 때문이다. ‘은근슬쩍방구공화국’에서 온 레몬은 액션 가면을 미끼로 짱구에게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스파이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고, 임무만 완수하 면 된다. 짱구가 TV 속에서만 보던 액션 가면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짱구와 레몬이 맡은 임무는 ‘방구참아왕국’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방귀 에너지를 몰래 훔쳐오는 것이다. 방귀 에너지의 정체와 은근슬쩍방구공화국의 속셈이 드러나는 것도 이때다.

벌써 19번째 극장판이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태풍을 부르는 황금 스파이 대작전>의 소재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귀와 스파이다. 관객을 쉽게 웃길 수 있는 소재라 생각했는지 방귀 에너지를 둘러싼 음모를 진지하게 묘사하는 게 제법 웃긴다. 그러나 마스이 소이치 감독은 방귀를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려는 목적으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은근슬쩍방구공화국이 방구참아왕국으로부터 방귀 에너지를 빼앗는 목적이 드러나면서 어린이 관객은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것이다. 방귀가 영화의 메시지를 책임진다면 스파이는 짱구 시리즈의 진화를 증명한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노란 바지와 빨간 티셔츠를 벗어던진 짱구의 모습으로도 신선하다. 누가 봐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를 코스프레한 짱구가 천장에 매달려 몰래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과 빨판 장갑을 끼고 벽을 타는 장면은 긴장감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는 한국어 더빙으로만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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