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코믹스 아닌 영화에 초점 맞춰야 성공한다” ★ 삐걱거림이 참 재미있다니까!
2012-05-03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조스 웨던 감독 / 배우들 인터뷰

<어벤져스>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공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노련하게 지휘해낸 자칭 ‘팬보이’ 조스 웨던 감독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것이다.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파이어플라이>의 창작자이며 (본인은 부끄러워하는 사실이지만) <에이리언4>의 각본을 쓰기도 한 웨던은 SF와 호러 장르에 조예가 깊은 장르의 실천가이자, 장르의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는 오래전부터 기획된 프로젝트다.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알려달라.
=제작자인 케빈 파이지(마블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와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처음에 스크립트를 보게 된 계기는 케빈이 내게 개인적으로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스크립트를 보고 나니 너무 좋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흥분한 상태로 일주일 정도 지나서야 내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케빈을 다시 만났고, 내가 알고 있는 <어벤져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케빈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어벤져스>를 읽어온 사람이다. (하하) 슬프지만 사실이다.

-<어벤져스>는 아마도, 지금까지 만들어진 슈퍼히어로물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일 것이다. 이런 큰 프로젝트의 감독으로서 가장 우려한 점은 무엇인가.
=사실 나는 이토록 대단한 영화배우들과 일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 무리의 에고들을 감당할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혹시 이 배우들이 감독인 내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하하) 어쩌나 고민이었는데, 사실 그건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이제껏 일했던 현장 중에서 가장 행복한 세트였다고 말할 정도로 매 순간이 즐거웠다.

-그렇다면 많은 캐릭터와 복잡한 이야기를 실사화하는 데에서 겪은 고충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점은 이야기의 구조였다.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어떻게 모든 캐릭터에 고르게 빛을 비출 것인가? 어떻게 하면 관객을 몰입시키면서 이야기를 진행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구조가 가장 중요했다. 독창적일 필요도 없고, 화려하게 장식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제대로 하면 되는 거다.

-<어벤져스> 코믹스는 거의 50년 동안 만들어졌다. 어떤 기준으로 영화화할 이야기를 가려냈나.
=시나리오는 내가 합류하기 이전에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내가 이야기를 가려낼 필요는 없었다. 마블 스튜디오에서는 <어벤져스>가 어떤 특정한 캐릭터 프랜차이즈의 시퀄이 아닌, <어벤져스>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되기를 원했다.

-마크 러팔로를 헐크 역할로 캐스팅한 것은 당신의 결정이었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헐크 역할의 배우를 고심하던 중에 마크가 나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그는 솔직하고, 개방적이고, 매우 영민한 배우다. 그리고 그는 평범한 사람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다. 하지만 마크는 코믹스에서 그려내는 어수룩한 과학자 브루스 배너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마크를 추천한다 한들 마블에서 승인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크는 <인크레더블 헐크>를 만들 때 에드워드 노튼만큼이나 캐스팅 1순위였던 배우였다.

-코믹스 원작의 영화를 만들 때, 무엇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조건이라고 생각하나.
=코믹스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놓치지 않되 지금 만들려고 하는 것이 코믹스가 아니라 영화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내 생각에는 <스파이더맨>의 첫 번째 영화가 코믹스가 들려주었던 아이코닉하면서도 호소력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인 면도 잊지 않았다. 원작의 본질을 표현하되 영화적으로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워너브러더스의 <저스티스 리그>에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전화하세요. (긴 웃음) 진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엄청나게 어렵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시킬 DC의 캐릭터들이 마블의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시대적으로도 한참 과거에 있으며, 또 그 캐릭터들이 보통보다 우월한 존재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영화화할 때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마블은 슈퍼히어로를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는 존재로 그려내 그런 경계를 애초에 부숴버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마크 러팔로 / 크리스 에반스 / 새뮤얼 L. 잭슨 / 크리스 헴스워스 일문일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이언맨_ 토니 스타크 역

-앙상블 캐스트를 단합하게 하는 데 당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앨버커키(촬영장)로 오가는 데 나의 전용제트기를 함께 타고 다녔다. 2007년에 <아이언맨>에 처음 캐스팅됐을 때, 케빈 파이지가 내게 말했다. “이 모든 프랜차이즈가 결국엔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유례가 없는 어떤 것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는 <어벤져스>를 영화로 만들 것이다.” 그때 나는 불안해졌고, 흥분했으며, 의심이 가득했다는 걸 기억한다. 그리고 <아이언맨>을 다 찍은 뒤에, 어쩌면 <어벤져스>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 크리스(헴스워스)와 크리스(에반스)가 각각 자신들의 프랜차이즈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어벤져스>에 마크(러팔로)가 헐크로 출연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진짜 일어나는 일이 됐다는 걸 알았다. 영화를 찍으며 우리는 그저 일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누구도 튀는 일이 없이 모두가 평등했다. 음, 이게 내가 오늘 오후에 하는 마지막 진지한 대답이다(그 뒤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모든 질문에 계속해서 농담으로 일관했고, 그날 밤 <어벤져스>의 추가 촬영이 있다는 루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편집자).

마크 러팔로 헐크_ 브루스 배너 역

-헐크가 된 기분은 어땠나.
=좋았다. 어린 시절 <인크레더블 헐크>의 팬이었다. 그래서 역할을 수락한 날 <인크레더블 헐크> TV시리즈를 들고 집에 돌아왔다. 10살 난 아들과 함께 보기 시작했는데 3편쯤 봤을 때, 아이가 “아빠, 사람들이 헐크를 오해하고 못살게 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웃음) 내 아이는 헐크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고, 이유 없이 분노를 내뿜었다. 나는 이전까지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은 두려웠는데 그게 브루스 배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배너는 어딘지 모르게 두려움을 간직하고, 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다. 물론 바둑판 같은 옷에 작은 고무공들을 단 채로 움직여야 하는 건 당황스러웠다. 첫 촬영날, 그 부끄러운 코스튬을 입고는 조스(웨던)와 45분쯤 레슬링을 했다. 아무 이유도 없었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그날을 계기로 조스와도 편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됐다.

크리스 에반스 캡틴 아메리카_ 스티브 로저스 역

-영화에서 슈퍼히어로들의 에고가 부딪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 촬영장은 어땠나.
=좋았다. 화기애애했다. 우리 모두가 <어벤져스>를 시작으로 더 많은 영화에서 함께 일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또 우리 중 대부분이 이전에 다른 배우들과 만난 적이 있었다. 세트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도 행운이지만 이미 자신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행운이었다. (영화에서처럼 팀 대결도 없었나?) 아마 댄스 대결 정도? 모두 어울리고 싶어서 안달이었으나,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생각처럼 여러 번 어울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앨버커키에서 우리 모두가 잊지 못할 밤을 만들기도 했다.

새뮤얼 L. 잭슨_ 닉 퓨리 역

-카메오 역할로 출연하려고 했을 때, <어벤져스>라는 영화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었나.
=카메오 역할로 출연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 항상 영화에 출연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언맨>에 처음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어벤져스>가 어떤 영화가 될 거라고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스튜디오에서 “<아이언맨>에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해서 나갔고, 그게 다였다.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프린트를 보내줬을 때야 내가 영화와 영화 사이를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 스크립트를 받았고, 조스(웨던)를 만나 닉 퓨리와 어벤져스팀과의 관계, 위원회와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이 영화를 위해 서서히 하나씩 지나온 것 같지만 내가 느끼기엔 갑자기 어느 순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되어 있었다.

크리스 헴스워스_ 토르 역

-<어벤져스>에서 토르는 ‘물 밖에 나온 물고기’ 같은 처지다.
=내 생각에는 모두가 같은 처지였다. 영화를 보면 우리 모두가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조스(웨던)는 일찍이 어벤져스팀을 두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가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토르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다른 세계에서 왔고, 악당인 로키에 대해서도 다른 캐릭터들과 다른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로키는 그의 형제다. <토르: 천둥의 신>에서 톰 히들스턴과 이미 관계를 만들어놓았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했고, 그쪽에 초점을 맞추어 연기했다. 어쨌든 영화에서는 모두 처음에는 삐걱거린다. 그리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그 삐걱거림이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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