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 유럽으로 간 동물 4인방, 서커스에 빠지다
2012-06-04
글 : 장영엽 (편집장)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 이모저모

칸영화제가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의 각축장이 된 지는 오래다. 특히 매년 실사영화 못지않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쏟아내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양대산맥, 드림웍스와 픽사는 <슈렉>과 <업> 등의 작품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칸영화제에 출품해왔다. 올해는 드림웍스 차례다.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마다가스카> 시리즈의 3편,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이하 <마다가스카3>)가 5월18일 오후 7시30분 뤼미에르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내 언론으로서는 5월 말 예정된 기자 시사회를 통해 3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밖에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칸영화제쪽이 시사회 뒤 열린 감독·배우들과의 기자회견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다음은 칸영화제 기자회견을 통해 엿본 <마다가스카3>의 실마리다.

“<마다가스카3>는 유럽을 여행하는 영화다. 이 작품을 칸에서 상영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어딨겠나?” 3편의 공동 연출을 맡은 톰 맥그래스 감독이 유쾌하게 말했다. 한국 개봉명은 다르지만 <마다가스카3>의 영어 부제는 ‘유럽 최고의 요주의 인물들’(Europe’s Most Wanted)이다. 1편에서 본의 아니게 뉴욕을 떠나게 된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스타 동물 4인방, 알렉스(목소리 출연 벤 스틸러), 마티(크리스 록), 글로리아(제이다 핀켓 스미스), 멜먼(데이비드 슈위머)은 2편의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 유럽에 당도하게 된다. 우연이겠지만 애니메이션의 주무대인 모나코의 몬테카를로는 <마다가스카3>가 상영된 칸에 인접한 지역이고, 이 점이 칸을 찾은 제작진을 기쁘게 했다. 더욱이 시리즈의 메인 캐릭터, 알렉스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벤 스틸러는 이 작품으로 처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 자리에 오니 정말 기쁘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칸에서 내 목소리를 더빙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건 칸영화제로 진출하기 위한 내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 <마다가스카3>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위해 영화 <사우스 오브 프랑스>의 촬영을 중단하고 왔다는 그의 말을 듣자니, 천하의 벤 스틸러에게도 칸영화제에 초청받는다는 건 보통 영광이 아닌 듯하다.

유럽의 명소를 애니메이션으로

3편의 이야기는 시리즈 최고의 문제아, 펭귄 특공대에서 시작한다. 이 펭귄들은 1편에서 동물원을 탈출한답시고 뉴욕에서 멀쩡하게 잘 살던 동물 4인방을 미지의 섬 마다가스카에 가게 하고, 2편에선 비행기 연료 부족으로 4인방을 아프리카에 불시착하게 한 장본인이다. 밉상이지만 펭귄들이 자신들을 뉴욕으로 데려다줄거라 굳게 믿는 <마다가스카> 4인방은 펭귄들이 도박여행을 떠난 몬테카를로로 향한다. 카지노에서 펭귄들을 찾아 함께 뉴욕으로 가려는 게 4인방의 계획이었지만, 뜻대로 될 리 없다. 갑작스러운 동물들의 출현에 카지노는 아수라장이 되고, 카지노에 고용된 동물 사냥꾼 캡틴 듀브아(프랜시스 맥도먼드)는 4인방의 뒤를 쫓는다. 듀브아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4인방은 엉겁결에 로마행 기차에 올라타게 되는데, 이곳에는 기차를 타고 유럽을 유랑하는 사라고사 서커스단의 동물들이 타고 있다. 4인방의 리더 알렉스는 몰락하는 서커스단을 일으켜 그들이 주목받게 되면, 함께 뉴욕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마다가스카3>의 주요 키워드는 ‘유럽’과 ‘서커스’다. 유럽은 ‘시각적 즐거움’을 위한, 서커스는 3D라는 ‘형식’을 위한 제작진의 전략적인 선택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1편부터 톰 맥그래스와 함께 <마다가스카> 시리즈의 공동 연출을 맡아온 에릭 다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유럽이라는 공간적 설정 덕에 “다양한 장소를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서커스 기차를 타고 유럽을 가로지르는 <마다가스카3>는 몬테카를로의 아름다운 푸른 바다, 로마역과 콜로세움,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 등 유럽을 대표하는 명소들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다넬 감독은 “각각의 로케이션 장소를 직접 방문해 수천장의 사진을 찍었고,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이 사진을 토대로 어떻게 실사에 버금가는 장면을 구현할 것인지 수차례 의견을 나눴다”며 영화의 공간을 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공간에 대한 심도 깊은 묘사가 단지 ‘보여주기’를 위한 것이 아님을 더불어 전했다. “주인공들이 다양한 장소에 간다는 건 그만큼 그들이 인간 세상에 섞여들 기회가 많다는 점을 뜻한다. <마다가스카> 1, 2편에선 4인방이 정글에 처박혀 있기 때문에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

“테제베의 속도로 달리는 영화”

시리즈의 첫 3D영화인 <마다가스카3>는 서커스 특유의 입체감과 공간감을 살린 ‘3D를 위한’ 장면들을 장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은 일정 부분 ‘태양의 서커스’에 빚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많은 기자들이 ‘태양의 서커스’와 흡사한 3편의 서커스 장면에 대해 물었다. <슈렉2>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감독이자 <마다가스카>팀에 처음 공동 연출자로 합류한 콘래드 버논은 “‘태양의 서커스’에서 시작한 건 맞지만 서커스 장면은 완전히 순수한 우리만의 상상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차이는 ‘태양의 서커스’가 동물을 배제한 인간만의 묘기로 인기를 끌었다면, 영화 속 사라고사 서커스단은 동물로 구성된 서커스라는 점일 것이다. 톰 맥그래스 감독은 ‘태양의 서커스’에 대한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동물들만의 서커스단을 창조하기 위해 “<덤보> <환타지아>등 <마다가스카>의 세계를 보다 초현실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줄” 애니메이션 작품들 역시 참조했음을 밝혔다.

<마다가스카3>의 기자회견장에서 시리즈의 터줏대감인 ‘알렉스’ 벤 스틸러나 ‘마티’ 크리스 록 못지않게 주목받은 배우는 3편에 새롭게 합류한 ‘캡틴 듀브아’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서커스단의 일원인 이탈리아 재규어 ‘지아’ 역의 제시카 채스테인이었다. 스케줄상 기자회견에 불참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에 대해 3편의 감독들은 극찬을 쏟아냈다. “프랜시스에게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영화에서 불러야 한다고 했더니 ‘에디트 피아프 노래를 내가 어떻게 불러요?’ 하더라. 그런데 막상 녹음이 시작되고 나니 그녀가 노래를 끝내주게 불렀다. 그게 첫 테이크였다.”(에릭 다넬) <마다가스카3>가 첫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제시카 채스테인은 “모든 종류의 연극을 다루는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장르의 영화를 아우를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랐다”며 “얼굴과 몸을 사용하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연기한다는 건 내게 큰 도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시사회에 참석한 외신들은 3편의 빠른 속도감과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볼거리에 긍정적인 점수를 매겼다. “영화 속 느린 서커스 기차보다는 테제베의 속도로 달리는 영화”라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평과 “유머감각이 좋으며, 사랑스럽고 에너지와 색감이 충만하다”라는 <버라이어티>의 평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드림웍스 스튜디오에 10억달러의 흥행수익을 안겨준 1, 2편의 아성을 <마다가스카3>가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가 개봉하는 6얼 6일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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