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가장 스펙터클한 속편 VS <에이리언>의 빈곤한 친족
2012-06-19
글 : 김도훈
외신들 <프로메테우스> 찬반 격돌

<프로메테우스>는 지금 한국의 리들리 스콧과 <에이리언> 시리즈 팬들, 심지어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격돌하는 영화다. 영화가 먼저 공개된 영미권 매체들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다. 외신들의 반응을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정리했다.

찬성

<가디언>
“혼란스럽고, 번잡하고, 스펙터클하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그 모든 정신나간 요소들을 잘 통제하는 영화이며, 매우 볼만한 경험이다. 물론 여기에는 <에이리언> 1편이 가졌던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하다. 또한 <에이리언>이 지녔던 풍자적인 번득임과 인간 존재와 죄의식을 공격하는 합리주의자적인 면모도 부족하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에는 강력하게 굴러가는 내러티브의 추진력이 있으며, 순결해 보일 정도의 이상주의가 있고, 지구 바깥에 존재하는 어떤 존재와 접촉했을 때의 흥분감을 잡아채는 감각이 있다.”

<옵서버>
“리들리 스콧은 건실하게 긴장감을 쌓아올린다. 그는 오리지널 <에이리언> 시리즈로 귀환해서 생겨난 막대한 기대감을 반드시 충족시키되 똑같이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에이리언>이 던져둔 의문점들에 해답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에일리언이 존 허트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그 장면에 상응하는 장면이 있어야 하되 똑같은 방식으로 되풀이하면 안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리들리 스콧은 압도적으로 그걸 해낸다. <프로메테우스>는 거대한 종교적, 우주적, 목적론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려 노력하지 않았던 존재론적 호러영화인 <에이리언>보다 무거운 영화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허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지만.”

<박스오피스 매거진>
“무시무시한 하이프와 기대감을 생각한다면, <프로메테우스>가 그저 평균 이상의 좋은 영화라는 사실은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의 스펙터클 블록버스터보다 더 똑똑한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앞으로 30년간 SF 장르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도 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의 ‘우주 공간의 유령의 집’ 테마를 그저 반복하고 있을지라도 여전히 이 영화는 비슷비슷한 장르영화들을 앞서 나간다. 우리는 마이클 베이의 교조적인 로봇 트럭에 관한 바보 같은 판타지가 SF로 간주되는, 우둔하고 어리석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프로메테우스>가 천국으로부터 훔쳐낸 불꽃의 빛과 열기에 대한 지적이고 격조있는 진짜 SF 장르의 시작이 되도록 허하자.”

로저 에버트
“<프로메테우스>는 경이로운 SF영화로,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던져놓고는 답변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에이리언> 1편을 되풀이하면서도 독창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SF 황금시대의 고전적인 전통에 위치한 영화. 솔기없이 봉합된 이야기와 특수효과, 완벽한 캐스팅, 관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분별있고 효과적인 3D 효과까지. 나는 이런 영화 앞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

<빌리지 보이스>
“<트리 오브 라이프>의 생명의 창조 장면이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노리스 서곡을 연상시키며, <프로메테우스>는 지구의 유년기에 대한 독자적인 프롤로그로서 시작한다. 리들리 스콧은 여기서 장벽을 흔들고 있다. 그는 76살이며 아마도 삶과 우주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떤 경력상의 유산이 될 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지난 10여년간 서서히 무뎌져왔다. 이 지나치게 야심이 큰 <프로메테우스>의 스콧은 마치 영화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피터 오툴을 흉내내는 로봇 데이빗처럼 보인다. 스콧은 여전히 에픽의 외양을 흉내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외양만 존재한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유령의 집 장르를 우주 공간에 옮겨 심고 H. R. 기거의 악몽 같은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면서 <프로메테우스>는 가슴을 뚫고 에일리언이 튀어나오는 그 유명한 장면의 충격효과를 또다시 우리에게 안겨준다. 이건 <에이리언>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DNA를 결합한 영화이며,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용두사미고 끔찍할 정도로 이야기가 울퉁불퉁하다. 끝내주게 만들어진 장면들은 결국 클리셰로 귀결되고, 멀쩡하게 생겨먹은 캐릭터들은 도무지 사리분별에 맞지 않는 행동만 계속한다.”

<엠파이어 매거진>
“축적되어가는 공포가 없다. 뼛속 깊이 스며들던 <에이리언>의 귀신 들린 듯한 고요와 원초적인 불안감도 없다. <프로메테우스>는 너무 바쁘고 수다스럽고 시끄럽다. 대단원으로 모래알처럼 날아가던 영화는 결국 B급영화적인 신체훼손의 난동 속으로 굴러들어간다. <에이리언>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품고 있었다. 서스펜스 부족과 진부한 캐릭터와 빈약한 대본 때문에 압도적인 비주얼과 질척한 광기와 마이클 파스빈더의 연기조차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의 빈곤한 친족처럼 느껴지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무비라인>
“<프로메테우스>는 싸구려 오락거리는 아니다. 리들리 스콧은 그를 추종하는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는 <에이리언>이라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SF영화 중 한편을 우리에게 선사한 바 있다. 최근에 <에이리언>을 다시 보고 우아할 정도로 천천히 흘러가면서도 모든 순간에 긴장감을 집어넣는 솜씨에 감탄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이 시끌벅적한 블록버스터 시대에 도전해야만 하는, 훨씬 만들기 힘든 영화다. 당신은 <프로메테우스>가 야망의 무게에 깔려 신음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소리는 리들리 스콧이 원했던 소리와는 아마도 거리가 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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