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가 과연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기술적인 대답은 임의적일 수밖에 없다. 원래 <에이리언>의 세계라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 소설, 게임, 만화를 통해 개입해서 거의 누더기가 된 곳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만 들어볼까? <에이리언2>의 뉴트와 힉스는 <에이리언3>가 시작하자마자 사망하지만, 그전에 나온 다크 호스의 코믹북 시리즈에서는 그 이후로도 멀쩡하게 살아 있다(난 이 시간선을 지지한다!). 여기에 악명 높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를 대입하면 시간선은 더 엉망이 된다. 당연히 불필요한 이야기를 정본에서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작업은 철저하게 임의적이다. 여기에 몇 십년 묵은 SF 시리즈의 프리퀄이 가진 필연적 문제점(도대체 몇 십년 전 과거가 무대인 영화의 기술이 더 발달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뭔가?)을 고려해보면 대답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과의 관계만 따져본다면, 영화는 ‘프리퀄’이라 불리는 데에 별 문제가 없다. 일단 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에 나오는 스페이스 자키 종족의 정체를 밝히고 웨일랜드사의 개입을 설명한다. 정확히 같은 위성을 무대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배경이 되는 그물자리 제타 2 태양계를 소개한다. 이 과정 중 이후 만들어진 <에이리언> 세계의 역사가 파괴되지만 그건 모두가 각오했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택한 이야기는 에리히 폰 데니켄에 의해 유행된 고대 외계인 가설이다. 한마디로 지구인과 지구 문명이 다른 별에서 온 외계 종족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스페이스 자키는 5억4천만년 전 지구에 내려와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일으키고 그 이후 꾸준히 지구를 관리해온 ‘엔지니어 종족’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대중적 음모론에 속해 있지만, SF에서는 주류 작가들도 많이 다루는 재료이다. 호건의 <별의 계승자>, 르 귄의 해인 유니버스 시리즈 그리고 무엇보다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라. 클라크가 주류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주류인가? 인류 문명을 SF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당연히 다들 건드린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미션 투 마스>가 아주 비슷한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영화의 시도는 진지하게 재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즐길 만한가? 영화는 이런 종류의 속편과 프리퀄들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문제점과 마주친다. 한마디로 설명을 통해 신비스러움과 스케일이 축소되는 것이다. 스페이스 자키와 그들의 괴상한 우주선이 아무런 설명 없이 소개되었을 때, 그들은 무한한 우주의 신비를 대표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물자리 제타 2 태양계에 기지를 두고, 5억년 전에 우리를 만든 종족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 신비는 많이 날아가버린다. 이것이 기성품 음모론과 결합될 경우는 더욱 그렇다(그물자리 제타 2 태양계는 지금도 종종 트럭 운전사들을 납치해 후장 검사를 하고 돌려보내는 그레이 외계인의 고향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에이리언> 프리퀄로 봉사할 때가 아니라, 그 의무 봉사를 마치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개척할 때이다. 영화 후반에 살아남은 주인공들이 내리는 선택은 거의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게 한다. 아마 스콧이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라는 사실을 소극적으로 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을 설명하지만 목표로 삼고 있는 방향은 <에이리언>이 있는 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