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박진주] 하이킥! 욕쟁이의 역습
2012-07-16
글 : 남민영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박진주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그녀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박진주는 연기 천재다.” 이제 막 영화 한편에 출연한 신인에게 그리고 같은 또래의 여자 배우들이 유독 많았던 촬영현장에서 편애라는 오해를 무릅쓰고 감독이 그녀를 칭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묻자 박진주의 대답이 당차다. “제가 신인이니까 북돋워주려고 장난처럼 하신 말씀이라 생각해요. 연예계가 삭막하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써니>에서 욕쟁이 진희로 이름을 알린 박진주에 대한 인상은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욕을 속사포로 내뱉지만 그 상스러움이 어딘가 귀여워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잔상이 남았다. 그리고 강형철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박진주는 <써니> 멤버 중 가장 바쁜 한해를 보냈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 그리고 뮤지컬 <연탄길>까지, 이제 막 꽃잎을 펼쳐 보인 꽃처럼 박진주는 누구보다 달달한 냄새를 피우는 중이다.

2012년의 절반을 넘긴 지금, 그녀는 김동빈 감독의 영화 <두개의 달> 앞에 섰다. 보기와 다르게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박진주가 단박에 선택한 작품이자 그녀의 첫 주연작이다. 발랄하고 코믹한 캐릭터로 익숙한 그녀와 공포영화의 조합은 의외라고 생각될 터. 주변 사람들에게 공포영화에 출연한다고 말하자 “네가 귀신이지?”란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박진주가 맡은 역할인 인정을 들여다보면 김동빈 감독이 그녀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두개의 달>의 인정은 죽은 사람들이 깨어난다는 집에서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뜨게 되는 날라리 여고생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가장 많은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면서도 철없는 여고생답게 가장 밝다.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자신이 대중에게 보여줬던 친숙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새로운 면면들을 꺼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인정을 소화하는 게 누구보다 쉬웠을 법도 한데 그녀는 <두개의 달>이 꽤 어려웠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써니>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면 이제는 제가 카메라에 어떻게 담길지 생각해야 하고 주연이라 비중도 크다보니 나름 중압감이 컸어요. 그래도 그 중압감이 주는 기분은 좋았어요.” 박진주는 그간의 힘듦이 이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밝게 웃어 보였지만 발작하는 장면을 찍던 도중 실신할 정도로 힘든 과정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한 인물의 호흡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끌고 가는 경험을 이제야 맛본 그녀로서는 실신마저도 “좋은 체험”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개의 달>이 “많은 것을 가르쳐준 작품”이라 말한다.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서 막내인데도 현장에서 다른 분들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했어요. 없는 존재를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런데 진짜 인정이 된 것처럼 너무 무서울 때는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되면서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꼭 <두개의 달>이 아니더라도 박진주는 짧은 시간 안에 필모그래피를 성실히 채우며 많은 것을 배운 듯했다. 특히 그녀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방송의 메커니즘을 가르쳐준 작품으로 꼽았다. “촬영장에서 울기도 했어요. 드라마도 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시트콤은 더 생소하니까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값진 경험을 했기에 <두개의 달>을 만난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더 자신의 앞날에 설레여 하고 있었다. “배우 박진주의 이름을 알려서 많은 분들이 저를 기억해주는 것도 분명 좋지만, 제가 맡은 캐릭터가 드라마가 끝나고 영화가 끝나도 어디선가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꼈으면 좋겠어요.”

스타일리스트 유보화·헤어 윤혜란(제니하우스)·메이크업 서윤(제니하우스)·의상협찬 유메이(yoo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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