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픽사의 작품은 패턴이나 공식을 규정할 수 없다
2012-09-20
글 : 강병진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공동연출자 마크 앤드루스, 프로듀서 캐서린 사라피안 인터뷰

-<업>에서도 인간이 주인공이었지만,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그보다 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마크 앤드루스(오른쪽)_캐릭터를 구현하는 과정이 이전과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곤충이든 자동차든 로봇이든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건 외모에서 성격이 한눈에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메리다의 경우 그녀의 자신감을 드러내려 했고, 엄마인 엘리노는 점잖고 완벽한 인상을 주려 했다.
캐서린 사라피안(왼쪽)_괴물이나 장난감에 비해 자유로움에서 한계는 있다. 그들의 생활은 실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움직임은 실제와 가깝게 보여야만 한다. 메리다가 눈을 깜빡이거나 숨을 쉬는 모습도 우리에겐 도전과제였다. 기존 작업에 비해 하나의 층이 더 있다고 보면 된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만드는 동안 자주 언급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있는가. 아마도 이 작품을 본 많은 이들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모노노케 히메> 같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것 같다.
=캐서린 사라피안_캐릭터를 만들 때와 같다. 특정영화를 자주 본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이다. 물론 수없이 많은 영화를 보기는 했다. 이번에는 성인과 청소년기 사이의 고독과 불안을 다룬 영화들을 자주 봤다.
마크 앤드루스_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만들 때는 스코틀랜드를 다룬 영화를 집중적으로 봤다. <브레이브 하트> 같은 작품들을 통해 이 나라를 어떻게 묘사했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픽사가 그동안 창조한 캐릭터는 대부분 외로움과 고독감 혹은 소외감을 안고 있었다. 픽사의 작품이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과 구별되는 지점도 그런 정서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서는 그런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다.
=캐서린 사라피안_캐릭터가 가진 외로움이라는 면에서 볼 때 메리다는 확실히 다른 유형의 캐릭터다. 다른 캐릭터들은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고대하지만 메리다는 오히려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니까.
마크 앤드루스_흥미로운 의견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메리다는 아웃사이더도 아니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부족한 것도 거의 없다. 사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는 악당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별로 없다. 메리다의 목표는 자기가 원하는 것과 세상이 원하는 것의 화해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실수를 되돌려야 하며, 전체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자기의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것도 픽사의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이다. 과거의 작품을 보면 위기는 언제나 외부에서 왔고 해결책은 내부에서 발견됐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반대로 위기가 내부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이들의 선택인가? 아니면 픽사의 정서가 달라진 건가.
=캐서린 사라피안_우연인 것 같다. 모든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각자 자신의 견해가 있고, 입장 차이가 있으니까.
마크 앤드루스_우리는 언제나 지금까지 해온 걸 다 잊고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려 했다. 다른 영화사는 회의를 하면서 몇 가지 주제를 잡고 꼭 들어가야 할 요소를 정해 레이아웃을 구성하지만 픽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픽사의 작품을 놓고 패턴이나 공식을 규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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