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클로즈 업] 할리우드 버전은 뉴욕에서 찍고 싶다
2012-09-18
글 : 이주현
켄 스콧 감독

철부지 남자는 어떻게 아버지가 되는가. <Mr. 스타벅>은 이 질문에 답하는 영화다. 이야기는 젊은 시절 ‘스타벅’이라는 가명으로 정자 기증 아르바이트를 했던 데이비드가 142명의 생물학적 자녀에게서 친부 확인 소송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코미디영화 <Mr. 스타벅>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캐나다 출신 켄 스콧 감독은 이 영화 한편으로 할리우드 데뷔를 앞두게 됐다. 웃음과 감동이 적절한 비율로 섞인 이 영화의 판권이 할리우드에 팔렸고, 켄 스콧 감독이 연출까지 맡게 된 것이다. 그런 켄 스콧 감독에게 <Mr. 스타벅> 안팎의 얘기를 물었다.

-정자 기증을 통해 533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영화의 스토리를 듣자마자 사람들은 웃기 시작했다. 소재 덕분인지 많은 이들이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것을 바로 알아채더라. 또 놀랍게도 이런 일들은 비교적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영화를 기획하면서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마틴 프티와 조사했는데, 놀라운 기록들을 찾을 수 있었다. 정자 기증을 통해 160명의 자녀를 둔 남성, 260명에게 생명을 준 남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정자 기증을 통해 500명의 아버지가 된 경우도 있었다.

-정자 기증의 경험이 있나.
=없다. 만약에 내가 17살 때 정자 기증을 할 기회가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흔살의 가장이다. 지금 상황에서 정자 기증을 한다면 책임질 수 없는 아이들을 생물학적으로 낳게 되는 거다. 그러니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첫 장면, 청년 데이비드가 정자 기증을 하기 위해 자위를 하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머릿속에 있던 건가.
=처음부터 계획한 장면은 아니다. 영화제작 후반부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 영화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했던 정자 기증의 이유를 도입부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그건 데이비드의 정자 기증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내포하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데이비드의 가족은 정육점을 운영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비롯해 남자 3형제가 가게를 운영한다. 집안에 여자는 없다.
=데이비드의 캐릭터에 조금 더 현실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촬영은 몬트리올의 밀랑이라는 마을에서 진행했는데, 그곳은 많은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다. 실제로 정육점이 많기도 하고. 남성으로만 구성된 가족이 운영하는 정육점은 아버지의 중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었다. 데이비드의 아버지는 전통을 중시하고 종교적인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현 시대와 부딪혔을 때 생기는 일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데이비드는 생물학적 자녀들을 찾아가 자발적으로 그들의 수호천사가 되어준다. 생각없이 사는 것만 같던 이 남자가 점점 변화해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데이비드는 아이들로 인해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축구선수인 아이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고 수호천사로서의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새로운 내면을 발견한다. 많은 부모가 그렇듯,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고 결심한다. 데이비드도 그 과정을 겪는다. 그런데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자각은 하지만 어떤 식으로 변해야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준비가 됐고, 확신에 차 있다. 이렇듯 부모의 입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려다보니 자연스레 이야기의 설득력도 높아진 것 같다.

-<Mr. 스타벅>은 미국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할리우드판 감독도 맡게 됐다.
=영화를 만들 때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는 항상 어렵다. 다만 <Mr. 스타벅>은 스토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굉장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믿었고 다양한 관객과 소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큰 성공이 따랐다. 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면서 원작이 가진 장점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 또한 같은 우려를 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감독을 하기로 했다. 리메이크 버전에선 미국의 문화에 상응하도록 변화를 줄 생각이다. 촬영도 뉴욕에서 할 수 있도록 힘쓸 생각이다.

-배우로도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 생활을 몇년 했지만 항상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배우는 감독을 하기 위한 일종의 우회로였다. 정말 깨알 같은 역할이지만 <Mr. 스타벅>에도 내가 출연한다. 환경미화원 두 사람이 데이비드의 마리화나를 처리하러오는 장면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사람이 시나리오작가 마틴 프티이고 잘 보이지 않는 다른 한명이 바로 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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