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다 <스시 장인: 지로의 꿈>
2012-09-26
글 : 김성훈

일본의 스시 레스토랑 스키야바시 지로. 번화가 긴자의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좌석 10개가 겨우 들어가는 10평 남짓한 크기다. 그러나 한두달 전 예약은 필수. 메뉴는 단 하나, 스시. 가격은 무려 3만엔(45만여원)이다. 이곳의 주인은 85살로 최고령 <미슐랭 가이드> 3스타 셰프에 오른 오노 지로다. 제목대로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은 오노 지로의 스토리를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물론 영화는 단순한 맛집 탐방 TV프로그램 같은 작품이 아니다. 인기 셰프의 요리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은 ‘오노 지로가 만든 스시의 맛이 얼마나 훌륭한가’보다 ‘손님에게 최상의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태도와 자세’를 보여주는 데 상당 부분 할애한다. 검버섯이 피고, 상처가 날까봐 외출 시 항상 손장갑을 끼고 나가는 조심성이며,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절제력이며, 손님의 성별과 식성을 신경 쓰는 세심함이며, 매일 아침 쓰키지 수산시장에 나가 신선한 횟감을 고르는 성실함이며, 쌀 고르기, 밥 짓는 법, 청결한 부엌을 유지하는 법 등 요리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만든 스시가 보통 음식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가 요리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라면 그건 아마도 오노 지로뿐만 아니라 좋은 요리를 손님에게 내놓으려는 동료 요리사들의 고민도 함께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본 것만으로는 그가 만든 스시의 맛을 알기 어렵지만, 저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만든 스시라면 한번쯤 눈 딱 감고 40만, 50만원을 지갑에서 꺼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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