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스토커>와 김지운의 <라스트 스탠드>, 그리고 봉준호의 <설국열차>. 아마도 2013년을 기다리는 영화 팬들의 가장 크나큰 기다림 속에 그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차례대로 니콜 키드먼, 틸다 스윈튼, 아놀드 슈워제네거라는 특급 스타들이 포진돼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해외 영화계의 비평가와 팬들 모두에게 주목받던 일군의 감독들이 그렇게 올해 한꺼번에 한국을 떠났다. 이전까지 그런 사례들이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런 양상은 무척 의미심장한 일이다. 더구나 비영어권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측면에서도 한국 감독들의 동시다발적인 진출은 일견 놀라운 일이다.
감독들의 서로 다른 개성만큼 각각의 영화들이 서 있는 자리도 다르다. 스콧 프리와 폭스 서치라이트가 제작한 <스토커>가 할리우드의 중소 규모 아트필름 같은 느낌이라면, 라이온스 게이트가 제작한 <라스트 스탠드>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장르영화라 할 수 있으며, <설국열차>는 프랑스와 할리우드가 참여하는 한국 중심의 합작영화다. 완성본을 만들고 귀국해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인 박찬욱 감독을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었고, 미국에서 사운드와 믹싱 등 최종 후반작업 중인 김지운 감독이 기나긴 서면 메일을 보내왔으며, 국내에서 후반 편집작업 중인 봉준호 감독과는 긴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그렇게 내년을 기대하는 세 감독과 <씨네21>이 조우했다. 영화광 감독으로서의 설렜던 기분과 현장에서의 직업적 고통, 그리고 기나긴 시간을 지나 작업을 마무리하는 소회까지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