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제임스 본드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2012-10-30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실바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

-어떻게 이 작품에 출연했나.
=언제나 내용이 중요하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무척 파워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스토리가 우선 마음에 들었고, 덤으로 제임스 본드 영화였으니까. 특히 내 배역은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샘 멘데스 역시 크리에이티브한 환경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였다.

-실바는 어떤 캐릭터인가.
=죽음의 천사다. 깨끗하게 면도하고, 말끔해 보이지만 속은 썩은 사람이지. 그의 목표는 지구 정복이나 파괴가 아니다. 복수라는 무척 개인적인 목표를 가졌다. 그것도 단 한 사람에 대한 복수다.

-본드가 실바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단순한 몇 가지 손동작으로도 본드를 긴장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즉흥적인 연기였나.
=(웃음) 그랬나? 좋게 봐줘서 고맙다. 사실 모든 내용이 시나리오에 있었다. 다만 제스처나 동작을 샘과 상의한 끝에 더했다. 샘은 캐릭터에 대해 자세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한 말은 본드를 불편하게 하라는 거였다. 불편한 상황을 만들면 본드도 대응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본드를 의아해하고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촬영현장에 계속 머물러 있었나.
=나는 대니얼 크레이그나 샘처럼 6개월 동안 이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하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숨쉴 틈이 있었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도 가졌고. 촬영한 부분에 대해 다시 돌아볼 여유도 있었다. 다음에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했다. 대니얼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 같은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었다. 영화 규모가 워낙 크니까 정말 힘들었을 거다.

-처음으로 대규모 할리우드 액션 프랜차이즈 영화에 출연한 느낌이 어떤가.
=나에게 할리우드영화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전부였다. 그래서 사실 나름대로 약간은 기계적으로 촬영이 진행될 거라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늘 크리에이티브한 환경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써 있는 내용을 여러 방법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촬영을 하면서도 너무 즐거웠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자유로움이 좋았다. 대형 프로덕션 영화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실바라는 캐릭터의 외향적인 이미지가 참 특이하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시나리오를 읽은 뒤 샘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아마도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의 연장선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실바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나와 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악명 높은 ‘유명인’들의 이미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뭔가 음정이 맞지 않는,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불편함이 느껴지는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을 찾았다. 하지만 영화를 봤을 때 이야기 전개상 개연성이 있어야 했다. 단순히 재미있자고, 캐릭터를 이상하게 보이려고 이미지를 꾸미는 것은 내가 스스로 믿지 못한다. 결국 나와 샘이 모두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미지를 찾았다. 본드가 예상하지 못한 그 무엇인가를 찾으려 했다. 본드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촬영 중에 ‘아, 내가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오는구나’ 하고 느낀 적은 없나.
=촬영 중에는 늘 연기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 장면에 최선을 다하려고. 아마 제임스 본드 영화라고 생각했으면 긴장해서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다. (웃음) 지금 홍보하러 다니면서 오히려 더 실감난다.

-당신에게 제임스 본드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영화 만드는 것을 즐기는 이유라고나 할까.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가 뭔가. 영화 속의 이야기와 그 안의 매혹적인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 아닌가. 본드의 다양한 액션 장비들이나 때로는 과장된 캐릭터들을 보면서 현실과 다른 상상 속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처음 본 본드 영화는 뭔가.
=<문레이커>다. 혼자서 봤다. (웃음)

관련 영화

관련 인물